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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SPAIN(2011)_

스치는 것만으로도_

벌써 두달이 지났다.

그리고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오랫동안 지켜오던 자리를 떠난지 두달이 지났고,

잠시 머물렀던 곳을 등지고 있던 곳으로 돌아온지 10개월이 지났다.

세월은 참 빠르다.

 

불과 얼마전의 일은 까마득히 오래전 옛이야기 처럼 느껴지고,

까마득한 과거의 어느 순간은 마치 엇그제 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것.

그것은 그 순간 담아낸 내 마음때문일 것이다.

 

 

참 오랫동안 걷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나의 해야할 몫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리는 곳에 앉아 있어도,

그리운 바람은 저 멀리, 다른 곳에서 헤메이고 있다.

 

 

꼭 한자리에 머물지 않아도,

잠시 스쳐 지나기만해도 소중한 것들이 있다.

발 한번 내 딛지 않았어도,

손길 한번 닿지 않았어도,

잠시 눈에 스쳐가고 마음을 쓸고 갔다면,

그 또한 소중한 잔상으로 마음에 남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스쳐 지나감의 소중함은 머물었던 그 어느 곳, 혹은 누군가의 마음 한자락 보다 소중하다.

 

스쳐간 자리도,

스쳐간 누군가도,

지나고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도,

소중하지 않은이도 없다.

 

 

 

 

 

 

 

 

 

 

 

 

 

 

 

 

 

 

 

 

 

 

 

 

 

 

 

 

 

 

 

지난해 늦 여름,

무엇보다 나를 불태웠던 스페인의 여름이

여전히 그립다.

 

유난히 뜨거운 이밤의 하늘은,

태울듯 따갑던 지중해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너무 사치스럽도록 많은 불빛이,

소박하게 밝히던 하나의 가로등을 그리워한다.

날이 새도록 그칠줄 모르는 자동차 달리는 소리는,

바람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들던 그 그늘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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