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충한 날씨가 계속되었던 어제와 오늘_
괜찮다_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는건, 그런 우중충한 기운들을 대신할 수 있는 기억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겁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인이 스페인을 간다고 했다.
2주후에, 마음이 괜시리 일렁거린다.
그곳에 간다잖아.
스페인에 가겠다는 그 사람이 문득 궁금해 진다.
지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모르는 그 사람을 스페인까지 가게 만드는건 뭐였을까? 하고 생각한다.
스페인, 그 땅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추운 공기 때문에 더 그리워지는 곳, 그래. 너무 그리워진다.
그냥 친구사이겠지? 왜 그녀 뾰로뚱하게 앉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앉아있는 그녀1의 표정과 옆에 찰싹 붙어 뭐라고 귓속말을 하는지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녀2_
그녀들에게는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궁금하다.
분명 심상치 않은 공기가 둘사이에 생겨난건데, 알길 없다.
그렇다고 무슨일이냐 찾아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겨울에는 여름처럼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서 차가운 공기를 좀 대워주면 안되나?
여름에는 겨울의 이 서럽도록 시린 공기가 좀 살랑살랑 불어주면 안되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12월에 바캉스, 8월에 크리스마스를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 터무니 없는 욕심을 낸다고 뭐라고 할 사람이 설마. 있을까?
나같은 생각 하는 사람이 있어줬음 좋겠다고..
마음껏 걷고 싶다.
시간에 쫓기는거 없이, 걷고 싶다.
미치겠어 떠나고 싶어서_ 편하게 이 말을 내뱉으면 대수롭지 않은 듯, 그건 당연하다는 듯 들어줄 사람은
이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더럭 겁이 난다.
그러지 않을거야.
이 세상 어딘가에 나랑 꼭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대로 세상은 그렇게 나를 향해서 고개를 돌려주는 거니까.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누군가가 나를 향해 몸짓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걷자.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사람하고는 꼭 데이트 한번 해보고 싶어.. 싶은 사람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내 머리가 하예지고 주름깊어진 내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서럽지 않을 것 같다.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인지, 함께 걸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함께 걷는다는 건,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낯선 길을 걷는다는 건,
낯선 사람을 만나는 길이며,
낯선 나를 만나는 길이다.
낯선 길에서 들이마시는 공기는,
낯선 땅의 기운을 드리마시는 행위이며,
낯선 나와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낯선 길에서의 만남은,
낯선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를 연결하는 일이며,
낯선 나의 모습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여행 가고싶다.
병이다.
이쯤되면 고질병이다.
이정도면 만성에 가깝다.
누군가가 병에 걸렸다고 손가락질해도,
괜찮다.
변명할 생각따윈 없으니까.
하늘을 들어올렸다가 우연히 손톱만한 비행기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슴이 몽글거리는거,
그래.
이쯤되면 병인거 맞다.
앞테이블의 한 남자.
정면으로 앉아 한 여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남자, 참 촌스럽고 멋없게 생겼다.
근데 그 남자 매력적이다.
여행기를 마주앉은 여자에게 참 맛깔나게 얘기해주고 있다.
하얀이를 드러내고 편안하게 앉아 연신 미소를 잃지 않고 유럽 여행당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참 촌스럽고 멋없다고 생각 했는데, 지금보니 참 섹시해 보인다.
여행하는 남자, 참 멋있다.
인생, 어차피 여행아니던가.
함께 인생을 여행할 수 있는 사람,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걷기와 같은거.
같이 걷는다는 건, 내겐 함께 잠자리에 든다는 의미와도 같다.
같이 걷는다는 건, 내겐 삶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이 걷는다는 건, 내겐 인생을 함께 공명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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