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rge Michael의 Kissing a Fool로 시작되는 이밤의 선곡은 달콤하다.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노란 표지의 새로운 책을 읽다가 「에스파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 이후
더이상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는다.
차라리 책장을 넘기는 것 따위는 그만 포기하기로 한다. 대신,
차갑게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이겨울의 시작지점에서 새 하얗게 세상을 한줌에 태워버릴 것만 같던
내가 만났던 진짜 에스파냐를 떠올려 본다.
스페인에 도착해 그 다음날 단숨에 찾아 갔던 똘레도의 뜨거웠던 올 여름.
그래_ 그래봐야 3개월 전,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아직 내 기억에는 마음에는 꿈틀거리는 현재일 뿐이다.
가는 길에서 만났던 수 많은 풍경들도 이토록 그리운데..
어떻게 그리워하지 않고 살수가 있는걸까?
그리움이 없다는건 거짓말 일거라고_ 절대 그립지 않다는 말은 분명 거짓이었을 거라고
혼자 웅얼거려보지만, 바뀌는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가는길에 만난 커다란 트럭에 가득 실린 돼지떼를 보니 왠지 낯설지 않다.
열장도 채 되지 않는 스페인에서의 나의 모습 중에 하나는 이토록 시커멓고 헝클어진 머리의 그 실루엣에
새하얀(응?) 치아만 어색하리만치 웃기게 히멀건하게 나와있지만,
이것도 추억이라며 좋아하는 나를 보니,
반갑다.
그래.. 이런 바보같은 사진 한장을 붙들고서 웃어넘길 수 있는 내가 좋다.
소박하게, 조금더 소박하게, 더 덜어내고, 더 덜어내자고 그렇게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몸에 가득 입은 힘을 빼지도 못한채 잔뜩 긴장을 안고 살아가는건 아닐까..
조금더 담백한 인생 살아내자며
사실은 자꾸만 치장하려 드는건 아닐까 싶어 더럭더럭 겁도나는 삶의 연속이
바로 오늘하루만도 수십번이다.
그러니 정신 차려야지.
괜한 겉멋이나 들어 살지는 말아야지, 가볍게, 담백하게 살아내야지..
그렇게 다짐한 만큼,
오늘은 얼마나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열었던가 돌아본다.
아직 멀었다. 아직도 많이 멀었다.
더 가벼워져야지.. 훨훨 날수 있을만큼 가벼워져야지..
그럼 살도 빼야하려나? 킁.. ㅋ
어디든 나를 온전히 맞기도 기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풍만한 행복인지,
걷다보면 안다. 안겨보면 안다.
앉아보면 알고 누워보면 안다.
눈을 감고 한숨을 참아내고 뱉고나면 안다.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워서 멈출 수 없었던 그 순간의 아찔함을 느끼지 못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그래 오랜 공백을 가지고 있음에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찔해 지는 고통이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더 값지게 받아드릴 수 있다.
감사한일 아니더냐.
발이 부르트도록, 발 뒤꿈치가 시끈해지도록 걷다보면 어디든 주저앉고 싶어진다.
'죽고싶지. 차라리 그랬음 좋겠지!'
생각이 들즈음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내 옆에 섰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옆에 있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한건
나의 무던함이요 관심없음이었겠지.
그래.. 차라리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꿈도 꾸지 않고 시커먼 세상에 그대로 영영 갖혀 버리면
그게 오히려 행복할지도 몰라_ 라고
가슴속으로 바라던 그 때였다.
그래서 더없이 커다란 존재로 다가왔던_
하지만, 내 기도를 말려버릴 듯 차오르던 숨이 차분해지고
새끈새끈 시원한 그늘 바람에 누이고 일어나니 나는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그래, 많이 미안했고, 여전히 미안해.
또다시 숨을 쉴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다시금 그 순간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다시 찾아갈 수는 없을거야. 이미 멀리 와버렸으니까..
빠에야_ 가기전에는 당연히 몰랐고, 가서도 역시 잘 몰랐다.
돌아와서야 알게된 사실은 빠에야는 맛보다 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리라는 것과,
노란색깔의 정체는 카레가루가 아닌 샤프란의 암술대였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물에 샤프란의 암술대를 담가 만든 노란 색깔의 향신료로 향과 색을 낸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고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날의 점심 만찬을 먹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그때 먹었던 빠에야의 향이 슬쩍 기억을 스쳐 흐르는 것만 같다.
그때 알았더라면 분명 더 맛있고 의미있는 빠에야로 남겨졌을텐데..
참 거지같아.
꼭 지나고 나서야, 한박자 늦게서야 '아차' 싶은 일들이 꼭 생기더라.
무슨 일들이 하나같이 다 그래.
괜찮아, 내가 예상하는대로 주인공이 이동하고 대사치고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면 사실 짜증나!
내 예상을 통쾌하게 깨주는게 좋아.
그러니까 내 인생도 꼭 그리는 대로 갈 필요는 없어.
꼭 가라는 길로 갈 필요도 없고, 꼭 남들이 하라는대로 할 필요도 없어.
지금껏 충분히 지치도록 그렇게 살아냈으니,
이제는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은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있지.. 뭘해도 난 내편이란거지!
뭘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스페인까지 네가 찾아 오겠다고 했을때
사실은 많이 놀랐어.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달리 말라가는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는 도시였던건 사실이잖아.
그런 곳까지 와준건 정말 고맙게 생각해.
너를 만나기 전까지 사실은 참 많은 상상을 했어.
너란 사람에 대한 온갖 그림을 그리며 나는 너란 사람을 내 멋대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기억나는 네 모습에 네 인격을 붙였어.
이런 저런 상황들을 설정해 가면서 너의 반응들을 혼자 그려봤었지.
많은 이야기들도 했었어. 궁금한게 많았었으니까.
사실 너 쫌 멋지긴 하잖니, 아마 내가 아닌 그 누구래도 그랬을거야.
설령 남자사람이라 하더라도 너를 만날거라고 하면 아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거고
또 그때의 나처럼 설렜을거야.
근데, 사실은 후회했어.
그냥 그때 너 만나지 말걸..
아니면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너를 상상하지도 말았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네가 싫다는 의미는 아니야.
여전히 너는 멋지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야.
똘레도 안쪽 성마을만 보고 우습게 봤던 나는 반성했어.
저 뒤에 보이는 꼭데기 언덕을 내가 걷게 될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하지만, 반성과 함께 역시 잘했어.. 라고 스스로 토닥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던 순간이기도 하지.
'나'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를 안다는 것은 또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너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a=b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단정할 수 없어서 좋다.
어떤 모습으로 나는 변할 수 있으니까,
모든 순간 내가 만나는 나는 이왕이면 늘 다른 모습이면 좋겠다.
다중이어도 괜찮다.
조금은 더 낯설은 나를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낯선 공기에서 만나는 낯선 내 모습을 내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다른 맛을 내는 공기를 팔면 장사가 좀 될까?
밴쿠버에서 한여름을 나고 있을 때, 너는 내 손을 붙들고 어딘가로 갔다.
실실 웃음을 흘리며 재밌어라 하고 날 데려간 곳은 타투샵이었다.
그날 조금만 더 감언이설을 내뱉었더라면
어쩜 난 혹! 하고 내 몸 어딘가에 타투하나를 내 몸에 품고 돌아왔겠지.
어쩌면 더이상 볼일 없을 네 이니셜을 품고 돌아왔을 가능성이 가장 컸겠지.
미안한데, 어쩌면 그때 어쩌면 정말 난 이런 순간을 이미 점쳐봤는지도 몰라.
언젠가 너와 상관없어질 그 날, 네 이니셜이 나에게 주홍글씨로 남게될지도 모른다는거.
어쨌든 그때 네 꼬임에 넘어가지 않은건 정말 잘한 일 같다.
가끔은 인생 날로 먹고 싶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널널하게..
편안~~~~~~하게..
그래서 지난주에 난생 처음으로 '로또'라는걸 해봤다. 동생이 추천한 '자동'
보기좋게 하나도 안맞았다. ㅋㅋ
자동 5천원의 교훈은, 인생 날로 먹는건 로또맞는 것만큼이나 쉬운게 아니라는 것_
DSLR을 가지고 있는 혼자 여행하는 동양여자
요주의 인물이다. 스페인에서 0순위로 털리기 쉬운 인상착의 되어주시겠다.
「DSLR을 가지고 있는 혼자 여행하는 동양여자」를 석자로 줄이면 「고예나」가 된다.
딱 내 모습이었다.
그런 나란 사람은 겁대가리님은 껌대신 까씹어 드시고 참 구석구석 잘도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
가장 헛발질하고 그러면서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건
어처구니 없는 버스 종점까지 가서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본거_
미치게 넓은 땅덩어리, 그러니까 미쿡정도는 되어주는 나라에서 사막을 횡단하다보면
휑하니 인적도 없고 집도 없는 그런 사막 사이의 도로에서 히치하이킹하는 모습을 떠올리는건
나만하는 미친 생각인가? 하고 지금 다시또 생각하게 된다.
그랬다.
미치게 걷고 걸어, 나는 가끔 멀리서 부터 가까워져 오는 차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만,
흠.. 그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햇빛에 반사되는 새 하얀 치아를 다 드러내며 미소와 함께 손을 대차게 흔들어 줄뿐
그 누구도 나를 동행시켜주지는 않았다.
걷다만난 버스종점의 정거장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마치 집에라도 온것 같은 안도감,
정말 웃긴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으면서는 두려움도 잊고 칠렐레 팔레레..
그래놓고는 어쩌자고 버스정거장을 보고 이토록 안도한단 말야.
새침떼고 있었던거니?
정말 웃긴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정거장에서 만난 반가운 버스를 타고 무사 귀환했다는..
사실은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가서 뭐하고 있는건지 뭘 찍으려고 저러는건가 가서 기웃거리고 싶기도 했고,
참견도 해버리고 싶었다.
조금더 솔직해 지자면, 저들이 찍는걸(그게 뭔지 모르지만) 나도 찍고 싶었다.
그치만 그러지는 못했다.
그 낯선 땅에서 조차도 나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었으니까_
너무 웃기잖아..
그 낯선 땅에서, 아는이 하나 없고 집도 절도 없는 내가
그 낯선땅 어디에 머문들 무슨 상관이람.
하지만, 내 소유물들이 점유하고 있는 그곳이 내가 돌아가야 할 곳임을
너무 일찍 감지해 버리고 말았다.
거지같애..
소유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거야.
그러니까 버려야 하는거고, 그러니까 가벼워져야 하는거야! 라고 다시 웅얼웅얼..
집으로, 그러니까 내가 머리 누일 곳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직도 환하다.
많이 화창한데, 돌아가는 길이 어쩐지 서럽다_며 툴툴거릴 참인데
창밖에 보이는 것은 바로 벽돌공장이다.
그래 이정도 공장은 어디든 있어줘야해! 라고 생각한다.
에스파냐를 만나고 들었던 여러 생각중 하나가
'여기서 벽돌 공장하면 굶어죽진 않겠다' 였으니까.
가끔씩 어릴적 살던 시골 흙집이 그리워진다.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날이 쨍하면 쨍한대로 흙냄새는 살짝 다른 향을 풍겼는데,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좋았었다.
지금집은, 조금 편할지는 모르지만, 정말 별루다.
비가와도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빛방울이 땅바닥 흙페이도록 독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못듣고 뒷곁을 열고 느꼈던 그 느낌도 없으니까,
뒷곁에 가득 폈던 꽃들도 이제는 볼 수 없으니까.
돌아온지 겨우 3개월인데, 자꾸만 떠나고 싶어진다.
난 어쩌자고 이런 방랑벽 비스무리한게 기생하고 있는걸까_ 생각한다.
나는 좋은데, 자꾸 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드는게 가끔은 거슬릴 때가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가고싶은데로 가련다.
7월이 아닌 8월 마지막 9월을 선택한건 정말 잘한거야..
뜨거웠던 에스파냐의 여름이 오늘 내 밤 가득 채워질거야.
노란 표지의 새로운 책을 읽다가 「에스파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 이후
더이상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는다.
차라리 책장을 넘기는 것 따위는 그만 포기하기로 한다. 대신,
차갑게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이겨울의 시작지점에서 새 하얗게 세상을 한줌에 태워버릴 것만 같던
내가 만났던 진짜 에스파냐를 떠올려 본다.
스페인에 도착해 그 다음날 단숨에 찾아 갔던 똘레도의 뜨거웠던 올 여름.
그래_ 그래봐야 3개월 전,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아직 내 기억에는 마음에는 꿈틀거리는 현재일 뿐이다.
가는 길에서 만났던 수 많은 풍경들도 이토록 그리운데..
어떻게 그리워하지 않고 살수가 있는걸까?
그리움이 없다는건 거짓말 일거라고_ 절대 그립지 않다는 말은 분명 거짓이었을 거라고
혼자 웅얼거려보지만, 바뀌는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가는길에 만난 커다란 트럭에 가득 실린 돼지떼를 보니 왠지 낯설지 않다.
열장도 채 되지 않는 스페인에서의 나의 모습 중에 하나는 이토록 시커멓고 헝클어진 머리의 그 실루엣에
새하얀(응?) 치아만 어색하리만치 웃기게 히멀건하게 나와있지만,
이것도 추억이라며 좋아하는 나를 보니,
반갑다.
그래.. 이런 바보같은 사진 한장을 붙들고서 웃어넘길 수 있는 내가 좋다.
소박하게, 조금더 소박하게, 더 덜어내고, 더 덜어내자고 그렇게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몸에 가득 입은 힘을 빼지도 못한채 잔뜩 긴장을 안고 살아가는건 아닐까..
조금더 담백한 인생 살아내자며
사실은 자꾸만 치장하려 드는건 아닐까 싶어 더럭더럭 겁도나는 삶의 연속이
바로 오늘하루만도 수십번이다.
그러니 정신 차려야지.
괜한 겉멋이나 들어 살지는 말아야지, 가볍게, 담백하게 살아내야지..
그렇게 다짐한 만큼,
오늘은 얼마나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열었던가 돌아본다.
아직 멀었다. 아직도 많이 멀었다.
더 가벼워져야지.. 훨훨 날수 있을만큼 가벼워져야지..
그럼 살도 빼야하려나? 킁.. ㅋ
어디든 나를 온전히 맞기도 기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풍만한 행복인지,
걷다보면 안다. 안겨보면 안다.
앉아보면 알고 누워보면 안다.
눈을 감고 한숨을 참아내고 뱉고나면 안다.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워서 멈출 수 없었던 그 순간의 아찔함을 느끼지 못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그래 오랜 공백을 가지고 있음에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찔해 지는 고통이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더 값지게 받아드릴 수 있다.
감사한일 아니더냐.
발이 부르트도록, 발 뒤꿈치가 시끈해지도록 걷다보면 어디든 주저앉고 싶어진다.
'죽고싶지. 차라리 그랬음 좋겠지!'
생각이 들즈음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내 옆에 섰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옆에 있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한건
나의 무던함이요 관심없음이었겠지.
그래.. 차라리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꿈도 꾸지 않고 시커먼 세상에 그대로 영영 갖혀 버리면
그게 오히려 행복할지도 몰라_ 라고
가슴속으로 바라던 그 때였다.
그래서 더없이 커다란 존재로 다가왔던_
하지만, 내 기도를 말려버릴 듯 차오르던 숨이 차분해지고
새끈새끈 시원한 그늘 바람에 누이고 일어나니 나는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그래, 많이 미안했고, 여전히 미안해.
또다시 숨을 쉴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다시금 그 순간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다시 찾아갈 수는 없을거야. 이미 멀리 와버렸으니까..
빠에야_ 가기전에는 당연히 몰랐고, 가서도 역시 잘 몰랐다.
돌아와서야 알게된 사실은 빠에야는 맛보다 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리라는 것과,
노란색깔의 정체는 카레가루가 아닌 샤프란의 암술대였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물에 샤프란의 암술대를 담가 만든 노란 색깔의 향신료로 향과 색을 낸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고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날의 점심 만찬을 먹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그때 먹었던 빠에야의 향이 슬쩍 기억을 스쳐 흐르는 것만 같다.
그때 알았더라면 분명 더 맛있고 의미있는 빠에야로 남겨졌을텐데..
참 거지같아.
꼭 지나고 나서야, 한박자 늦게서야 '아차' 싶은 일들이 꼭 생기더라.
무슨 일들이 하나같이 다 그래.
괜찮아, 내가 예상하는대로 주인공이 이동하고 대사치고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면 사실 짜증나!
내 예상을 통쾌하게 깨주는게 좋아.
그러니까 내 인생도 꼭 그리는 대로 갈 필요는 없어.
꼭 가라는 길로 갈 필요도 없고, 꼭 남들이 하라는대로 할 필요도 없어.
지금껏 충분히 지치도록 그렇게 살아냈으니,
이제는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은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있지.. 뭘해도 난 내편이란거지!
뭘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스페인까지 네가 찾아 오겠다고 했을때
사실은 많이 놀랐어.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달리 말라가는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는 도시였던건 사실이잖아.
그런 곳까지 와준건 정말 고맙게 생각해.
너를 만나기 전까지 사실은 참 많은 상상을 했어.
너란 사람에 대한 온갖 그림을 그리며 나는 너란 사람을 내 멋대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기억나는 네 모습에 네 인격을 붙였어.
이런 저런 상황들을 설정해 가면서 너의 반응들을 혼자 그려봤었지.
많은 이야기들도 했었어. 궁금한게 많았었으니까.
사실 너 쫌 멋지긴 하잖니, 아마 내가 아닌 그 누구래도 그랬을거야.
설령 남자사람이라 하더라도 너를 만날거라고 하면 아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거고
또 그때의 나처럼 설렜을거야.
근데, 사실은 후회했어.
그냥 그때 너 만나지 말걸..
아니면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너를 상상하지도 말았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네가 싫다는 의미는 아니야.
여전히 너는 멋지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야.
똘레도 안쪽 성마을만 보고 우습게 봤던 나는 반성했어.
저 뒤에 보이는 꼭데기 언덕을 내가 걷게 될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하지만, 반성과 함께 역시 잘했어.. 라고 스스로 토닥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던 순간이기도 하지.
'나'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를 안다는 것은 또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너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a=b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단정할 수 없어서 좋다.
어떤 모습으로 나는 변할 수 있으니까,
모든 순간 내가 만나는 나는 이왕이면 늘 다른 모습이면 좋겠다.
다중이어도 괜찮다.
조금은 더 낯설은 나를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낯선 공기에서 만나는 낯선 내 모습을 내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다른 맛을 내는 공기를 팔면 장사가 좀 될까?
밴쿠버에서 한여름을 나고 있을 때, 너는 내 손을 붙들고 어딘가로 갔다.
실실 웃음을 흘리며 재밌어라 하고 날 데려간 곳은 타투샵이었다.
그날 조금만 더 감언이설을 내뱉었더라면
어쩜 난 혹! 하고 내 몸 어딘가에 타투하나를 내 몸에 품고 돌아왔겠지.
어쩌면 더이상 볼일 없을 네 이니셜을 품고 돌아왔을 가능성이 가장 컸겠지.
미안한데, 어쩌면 그때 어쩌면 정말 난 이런 순간을 이미 점쳐봤는지도 몰라.
언젠가 너와 상관없어질 그 날, 네 이니셜이 나에게 주홍글씨로 남게될지도 모른다는거.
어쨌든 그때 네 꼬임에 넘어가지 않은건 정말 잘한 일 같다.
가끔은 인생 날로 먹고 싶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널널하게..
편안~~~~~~하게..
그래서 지난주에 난생 처음으로 '로또'라는걸 해봤다. 동생이 추천한 '자동'
보기좋게 하나도 안맞았다. ㅋㅋ
자동 5천원의 교훈은, 인생 날로 먹는건 로또맞는 것만큼이나 쉬운게 아니라는 것_
DSLR을 가지고 있는 혼자 여행하는 동양여자
요주의 인물이다. 스페인에서 0순위로 털리기 쉬운 인상착의 되어주시겠다.
「DSLR을 가지고 있는 혼자 여행하는 동양여자」를 석자로 줄이면 「고예나」가 된다.
딱 내 모습이었다.
그런 나란 사람은 겁대가리님은 껌대신 까씹어 드시고 참 구석구석 잘도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
가장 헛발질하고 그러면서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건
어처구니 없는 버스 종점까지 가서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본거_
미치게 넓은 땅덩어리, 그러니까 미쿡정도는 되어주는 나라에서 사막을 횡단하다보면
휑하니 인적도 없고 집도 없는 그런 사막 사이의 도로에서 히치하이킹하는 모습을 떠올리는건
나만하는 미친 생각인가? 하고 지금 다시또 생각하게 된다.
그랬다.
미치게 걷고 걸어, 나는 가끔 멀리서 부터 가까워져 오는 차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만,
흠.. 그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햇빛에 반사되는 새 하얀 치아를 다 드러내며 미소와 함께 손을 대차게 흔들어 줄뿐
그 누구도 나를 동행시켜주지는 않았다.
걷다만난 버스종점의 정거장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마치 집에라도 온것 같은 안도감,
정말 웃긴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으면서는 두려움도 잊고 칠렐레 팔레레..
그래놓고는 어쩌자고 버스정거장을 보고 이토록 안도한단 말야.
새침떼고 있었던거니?
정말 웃긴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정거장에서 만난 반가운 버스를 타고 무사 귀환했다는..
사실은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가서 뭐하고 있는건지 뭘 찍으려고 저러는건가 가서 기웃거리고 싶기도 했고,
참견도 해버리고 싶었다.
조금더 솔직해 지자면, 저들이 찍는걸(그게 뭔지 모르지만) 나도 찍고 싶었다.
그치만 그러지는 못했다.
그 낯선 땅에서 조차도 나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었으니까_
너무 웃기잖아..
그 낯선 땅에서, 아는이 하나 없고 집도 절도 없는 내가
그 낯선땅 어디에 머문들 무슨 상관이람.
하지만, 내 소유물들이 점유하고 있는 그곳이 내가 돌아가야 할 곳임을
너무 일찍 감지해 버리고 말았다.
거지같애..
소유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거야.
그러니까 버려야 하는거고, 그러니까 가벼워져야 하는거야! 라고 다시 웅얼웅얼..
집으로, 그러니까 내가 머리 누일 곳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직도 환하다.
많이 화창한데, 돌아가는 길이 어쩐지 서럽다_며 툴툴거릴 참인데
창밖에 보이는 것은 바로 벽돌공장이다.
그래 이정도 공장은 어디든 있어줘야해! 라고 생각한다.
에스파냐를 만나고 들었던 여러 생각중 하나가
'여기서 벽돌 공장하면 굶어죽진 않겠다' 였으니까.
가끔씩 어릴적 살던 시골 흙집이 그리워진다.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날이 쨍하면 쨍한대로 흙냄새는 살짝 다른 향을 풍겼는데,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좋았었다.
지금집은, 조금 편할지는 모르지만, 정말 별루다.
비가와도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빛방울이 땅바닥 흙페이도록 독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못듣고 뒷곁을 열고 느꼈던 그 느낌도 없으니까,
뒷곁에 가득 폈던 꽃들도 이제는 볼 수 없으니까.
돌아온지 겨우 3개월인데, 자꾸만 떠나고 싶어진다.
난 어쩌자고 이런 방랑벽 비스무리한게 기생하고 있는걸까_ 생각한다.
나는 좋은데, 자꾸 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드는게 가끔은 거슬릴 때가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가고싶은데로 가련다.
7월이 아닌 8월 마지막 9월을 선택한건 정말 잘한거야..
뜨거웠던 에스파냐의 여름이 오늘 내 밤 가득 채워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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