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건, 사랑하지 않건.. 그건 내 알바 아니다. 그건 선택일 뿐이다.
낯선이와 첫눈에 빠져 불타는 사랑을 하고, 냄비처럼 끓어 올랐다가
순식간에 사그러져 버리는 사랑도
사랑이다.
수십년을 혼자 끙끙 앓고 서로 그리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만 보다가
심장을 고스란히 잃게 되어도
그 또한 사랑이다.
그러지 않으면 좋겠지만,
혹여 사랑하지 말아야 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버려도,
슬프고 가혹하고 잔인하지만,
그 또한 사랑인 것이다.
혼자 여행이 늘 편하던 나에게,
불연듯 혼자 여행하는 내 자신에게 미안했던 여정은,
말라가의 일정이었다.
그래,
여행은 혼자가 제맛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아니야.
말라가에서는 꼭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지_ 하고 지킬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스스로 해버린다.
길고 긴,
여행길에 올랐다.
16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보다도 더 멀게 느껴지던 론다행,
버스로 3시간 정도의 거리를 찾아가는 내 마음은
스페인으로 날아오던 순간보다도 더 설렌다.
말라가 버스터미널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던 그녀,
호주에서 휴가차 이곳에 찾아온 그녀는 나와 같은 이방인_
그녀와 내가 다른게 있다면,
그녀는 현지인과 제법 비슷한 모습이지만,
나는 영락없는 이방인의 행색이란거_
나의 낯선 피부색은, 그저 나로서도 낯설 뿐이다.
버스에 올랐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중간에 두세번 마을을 거쳐 론다로 가는 버스, 중간에 아주 '색끼'가 흘러 넘치는 남자가 버스에 탑승.
제일 앞좌석 그러니까 내 앞자리에 호주의 그녀와 그 색끼남이 함께 앉았다.
처음에는 쉴틈없이 얘기를 하더니
조금지나 색끼남 작업 들어가 주셨다.
호주녀는 주저없이 색끼남의 리드에 순순히 따라주고,
음.. 차마 표현하기 민망한 장면들을 연출해 주셨다.
이동중이면 늘 창밖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던 내 셔터에 걸린 이 한장을,
사실은 나 혼자만 보고 그때 순간을 떠올려 '이런일도 있었지' 하고 넘기려 했으나,
ㅋㅋㅋ 공개하고 마는 이런 '미덕!'
내 옆에 앉아계시던 스페인 아주머니와 우리 옆라인은 물론 제일 앞줄에 앉은 호주녀와 색끼남 옆줄 탑승객들_
내릴 때까지 눈을 못떼셨다 -.-
호주녀와 색끼남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지!? 대충 결론을 뒤에서 보여주련다.
시야가 탁 트이는 풍경들이 너무 좋다.
답답한 서울에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슬픈 현실인지,
또 한번 느끼고 만다.
제길_
잊고 싶었다. 완벽하게 서울따위 잊어 버릴테야_
했지만, 눈을 뒤집어놓는 풍경들을 볼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 비교가 되곤했다.
작은 마을들을 들러서 도착한 론다_
론다라는 마을을 알게 된 것도 행운이고,
먼길을 기꺼이 선택한 것도 잘 한 일이라고_
스스로에게 대견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더랬다.
신시가지를 걸어 쭉.. 들어간다.
구시가지 까지 들어가려면 조금 걸어야 한다.
신시가지는 참 한적하다. 그리고 아주 깨끗하다.
청명한 골목골목, 기분이 싱그럽다.
걷는 느낌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삶은 그 자체로 축제인거야_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조용하고 한적하던 골목사이로 펼쳐진 다른 세상을 만났을때_
삶은 그 자체로 축제인 거라고_ 생각했다.
밴쿠버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몰랑몰랑 삐집고 올라왔다.
아.. 머물고 싶다..
잠깐 그 축제에 나를 실어보자. 마음을 먹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지나는 이들과 '올라'를 외치고,
물건 흥정도 해보고,
함께 앉아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그들의 일상에 나를 담아본다.
그 자체로 축제인거다.
즐길줄 아는 삶은 특별하다.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진 시간,
시간만큼 공평한게 이세상 어디 있던가_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은 빌게이츠도 하루에 24시간에 단 1초도 더 얻을 수 없지 않던가.
그러니 이쯤되면 나도 부자인거지.
괜시리 으쓱해져서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래, 중요한건 어떻게 사는냐지, 얼마나 더 가졌냐는 아닌거야.
그러니 이쯤이면 나도 제법 잘사는거 아닌가_하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위로도 무엇도 아니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
얼마나 더 풍요로울 수 있지?
그래, 이만하면 나도 부자지, 그럼..
젊은 커플보다도,
농익은 커플의 모습이 더 자극적이었고,
더 질투나게 부러웠으며,
더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나이가 들어,
몸매가 더 망가지고,
피부도 쳐지고 주름이 깊게 파이는 어느날에,
내 곁에 누군가가 함께 걸어준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거라고..
주말은 사라졌다. 아주 가뿐하게_
열심히, 치열하게, 하지만 즐거웠던 지난 한주를 보내고 시작한 월요일은 월요일이라기 보다는,
음_ 캐캐묵어버린 어느 감춰진 날의 늦은 시커먼 밤처럼 무겁고 칙칙했다.
그렇게 늘어지는 월요일은 빨리도 시간을 보내고 밤이 다시 되었다. 시커멓게_
지난주 지방에 머물며, 똑 같은 여관방을 잡고 지내면서 그리워 했던건
조금더 작은 방의 창문밖의 야경과 풍경이었다.
낯선 창문을 열고 창밖을 보면, 시커먼 창밖에 점점히 박혀있는 불빛이 나를 향해 깜박여 줄것만 같은데_
현실은 참 참옥하고 적나라 하다.
작지만 갑갑하지 않았던 것은 활짝 열 수 있었던 창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추운 기운을 몸으로 고스란히 흡수해버린 내 몸은 뜨거운 열장판 위에서도 차갑다.
괜찮아, 괜찮아, 그래 괜찮아.
여자사람의 낯선 여관방 출입은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여행길에서 찾는 여관방과 크게 다를게 없는 허울좋은 호텔의 따스함, 포근함과는 너무 다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낯선땅에서 유일하게 나의 영역임을 알게 해주는 작은 방 하나_
참, 재미있는 세상인건 분명하다.
비슷한 돈을 지불하고 똑 같이 내 몸을 누이는 곳이건만,
You can have a sex without Love, but you're never holding hands without Love_
사랑없는 섹스는 가능해도 사랑없이는 손을 잡을 수 없다_
왜 이 말이 멤도는걸까. 역시 사랑이라는 것은 순수함으로 부터 출발하기 때문인가?
누구에게나 있는 감춰두고 눌러놓은 욕망은 언제든 터트릴 수도 있을게다.
사람이니까,
손을 잡는다는 것_
그것은 참 많은 의미를 지닌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누군가의 손끝이 살짝 스칠때의 그 느낌은 때론 천둥보다 강할 수 있을게다.
그러니 누군가가 설령 어설픈 스킨십을 시도할때면 두손을 철저히 사수해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넣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손을 잡는다는 것_
설레임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 긴 호흡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_
색끼남과 함께 했던 그녀의 말미는 처량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그녀는 길가에 혼자 앉아 지도를 훑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기전의 그 밝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의 어두운 얼굴이 괜시리 안스러워진다.
여행을 분명히 망쳐버렸을테니까_
여행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여정중 만나는 사람_
사람 한명 잘못 만나면 종일 기분을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알기에,
어쩐지 호주에서온 그녀의 머나먼 발걸음이 가엾다.
똑딱이 신사가 부러웠다.
내 카메라는 무거워서 저 포즈도 어렵거니와,
저 포즈로 카메라를 드리대면 내 얼굴만 대문짝 만하게 나오고 뒤에 풍경은 온데간데 사라진다.
그래서 여행중에는 똑딱이를 꼭 챙겨야 하는건데_
에잇!
누가 날더러 '사진 다 어디서 훔쳐왔어!?' 라고 물어도 난 할말이 없다.
내 모습은 없잖아!!!!
이럴때 여행 동반자는 필요하다.
1. 알음다운 풍경에 나를 도장찍고 싶을 때
2. 밥먹을 때
3. 그리고.. 음.. 음.. 걷다 걷다 문득 사람이 그리워 질 때?
4. 그리고.. 음.. 음.. 그러니까.. 음.. 음.. 갑자기 무서울 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다시, 붓을 잡을날이 올까_ 생각 했었다.
오래전 이니까. 너무 오래전이니까.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뭔가 다시금 손끝에 힘을 다시 넣어보고싶어졌다.
다시 그릴 수 있을까_?
지난 주 여파 때문일까_
왼쪽 머리, 그러니까 좀더 디테일을 살려보면 두괴골 안쪽 왼쪽 관자놀이 내부깊숙한 속으로부터 퍼져오는 미미한 두통이 생각보다 강렬하다.
미미하게 번지는 두통의 무게감이 온몸에 진이빠졌을때 5kg쯤되는 아령을 얹은 것 같은 중압감이다.
그래_
이쯤되면, 걷고 싶어진다.
이쯤되면, 지금 내 자리 쯤은 박차고 나가고 싶어진다.
현실이 얼마나 내가 바라는 삶과 떨어져 있는지, 알아?
나는 지금 새하얗고 새파란 나라를 그리고 있지만,
당장 눈높이를 2도만 위로 올려들어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창밖의 서울은 그냥 흐뿌연 하늘이지.
당장이라도 시커먼 구름이 세상을 삼켜버릴 것만 같아.
그래서, 어쩌라고_
꼭 뭐 어쩌자는건 아니야.
모니터 화면 가득 새하얀 세상이나 펼쳐놓고, 잠시 커피 한잔과 함께 멍때리기_
그거면 충분해.
어차피 지금 당장은 스페인은 커녕, 캐나다는 커녕, 제주도도 날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냥 받아드리면 되는거고, 그냥 순응하면 돼!
그리고 내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만 세팅하면 되는거라구_
미국에 있는 친구가 1월에 LA로 휴가 갈거라며 오라더군,
멕시코에 있는 친구가 곧 칸쿤에 갈거라며 칸쿤에 가자고 하더군,
가고 싶어.
가고싶어 미치겠다구!
근데 내 발목을 붙잡는건 역시 현실인거야.
이놈의 현실은 항상 나를 불완전하게 만들지.
쥐꼬리만한 직장에서 받는 월급에 연연하며,
그것이 나의 삶을 저당잡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지만,
사실은 막상 떠나고 내려놓고 보면 사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우리는 늘 잊고 살아.
알면서도 왜 내려놓고 떠나지 못하냐고?
그러게_
이쯤되면 나는 가족 핑계를 대곤하는데, 그게 참 미안해 많이.
참 궁상맞다.
하지만, 없는말도 아니기 때문에_
더 용기내지 못함은, 아직도 내 스스로가 조금은 더 깊은 인정의 단계가 필요하단거지.
그러니까, 내 스스로가 나 자신을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을 때면,
언제든 가볍게 다 내려놓고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현실이란거,
참 얋궂고 가끔은 참 재수없다고 생각도 들어.
뭐가 이따구야_ 싶을 만큼.
하지만,
알고보면 현실은 참으로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해.
현실속에 나와 공존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면 그보다 더한 감사의 조건들은 사실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투정 그만_
새하얗고 새파란 지중해로 마음을 잘 가라앉히고,
스탠리 파크를 펼쳐보이고 한바퀴 걷고나면 마음은 금새 평안해 질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사랑_
내 정체는 무어냔 말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_
그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진짜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헤깔릴 때도 문득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짓는 내 모습,
'고예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짖는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
그리고 원래 나도, 타인도 단정지을 수 없는 내 모습,
원리로만 따져도 나는 3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거다.
그러니, 조금 내가 다른 사람처럼 낯설어도 당황할 필요는 없는거다.
그래, 그런대로 받아드리면 되는거다.
남들 다 타는 봄도 안타고_
그렇다고 가을도 안타고_
이겨울에 스물스물 올라오는 요상 멜랑꼴리한 이 기운은 무엇인가_
제기랄_
욕한바탕 시원하게 하고 나면 거지같은 찌찔한 기억들은 좀 사라지려나?
사랑은 커녕 돌덩이처럼 뵈는 사람이 나한테 관심있다고 해서 관심있는 척하며 만난다. NO!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관심을 보이면 만난다. Depends on Situation!
상대방 마음이 어떻든 상관없이 만나자면 만난다. 내 입장을 밝히면 YES! 아니면 NO!
아.. 뭐가 이리 복잡해!
중요한건 데이트 하고 싶은 느낌이 팍팍 오는상대가 없다는게 문제인거지,
뭐가 그렇게 까다로워!?
까다로운게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거야..
조건을 따지고 만나온것도 아니고, 그렇잖아..
항상 앞섰던건 역시 마음이었으니까.
무모하리만치 감정에 충실했던 내 지난과거사를 돌아보면,
사실은 조금은 냉정하게 이성적일 필요는 있는거라고,
그랬던거니까.
조금은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안되겠니?
오늘 점심시간에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타임스퀘어에 들러 책을 한권 보고와야지. 비만 오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이대로 퀘퀘한 날씨인건 상관없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서점에 들러서 책을 한권 집어올거야.
그리고 바로 시작해야지. 하고 싶은 그것_
열정할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열정할 것이 없다는 것은 가끔은 불행한 일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하고싶은게 생각나고 나타났을 때 무조건 해야하는거야.
그러지 않으면 식어버려.
그러면 기회는 사라지는거지.
그러니까, 당장!
일을 해야하는데,
음.. 한시간이나 까먹었어.
뭔가 꺼내고 흘려 내 보내야 할 것들이 가슴안에 막혀 있으면,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
그래서 사장님이 내 뒤로 왔다갔다 하시는데도,
나는 너무 뻔뻔하게 자판을 두드리며 내 감정 찌꺼기들을 끄집어내_
아무말씀 안하시는 사장님께
미안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 이해해 주시길 바라는건 아니야_
답답하다_ 라고 생각이 들때면,
중얼중얼, 털어내는게 상책이지.
내 감정에 대해 적어 내려가면, 그때서야 알게 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_ 하고 말이야.
그래서 적어내려가.
이것보다 정직한 내 고백은 없을테니까.
그리울거야.
이 순간이, 어느순간에 가서 보면 이 순간이 그리울거야.
행복해져야지.
지금의 순간보다 더 행복해져야지.
새하얗고 새파란 세상속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이 희멀건 세상으로 끌고와야지.
그리고 더 행복한 세상을 찾아 갈거야.
그리고 그 세상을 이쪽 세상으로 또 훔쳐와버리고 말테야.
자유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살아낼 수 없는 세상_
자유롭게_ 힘을빼고_(오늘 이 힘을뺀다는 표현, 많이 본다.. ㅋㅋ)
낯선이와 첫눈에 빠져 불타는 사랑을 하고, 냄비처럼 끓어 올랐다가
순식간에 사그러져 버리는 사랑도
사랑이다.
수십년을 혼자 끙끙 앓고 서로 그리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만 보다가
심장을 고스란히 잃게 되어도
그 또한 사랑이다.
그러지 않으면 좋겠지만,
혹여 사랑하지 말아야 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버려도,
슬프고 가혹하고 잔인하지만,
그 또한 사랑인 것이다.
혼자 여행이 늘 편하던 나에게,
불연듯 혼자 여행하는 내 자신에게 미안했던 여정은,
말라가의 일정이었다.
그래,
여행은 혼자가 제맛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아니야.
말라가에서는 꼭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지_ 하고 지킬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스스로 해버린다.
길고 긴,
여행길에 올랐다.
16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보다도 더 멀게 느껴지던 론다행,
버스로 3시간 정도의 거리를 찾아가는 내 마음은
스페인으로 날아오던 순간보다도 더 설렌다.
말라가 버스터미널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던 그녀,
호주에서 휴가차 이곳에 찾아온 그녀는 나와 같은 이방인_
그녀와 내가 다른게 있다면,
그녀는 현지인과 제법 비슷한 모습이지만,
나는 영락없는 이방인의 행색이란거_
나의 낯선 피부색은, 그저 나로서도 낯설 뿐이다.
버스에 올랐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중간에 두세번 마을을 거쳐 론다로 가는 버스, 중간에 아주 '색끼'가 흘러 넘치는 남자가 버스에 탑승.
제일 앞좌석 그러니까 내 앞자리에 호주의 그녀와 그 색끼남이 함께 앉았다.
처음에는 쉴틈없이 얘기를 하더니
조금지나 색끼남 작업 들어가 주셨다.
호주녀는 주저없이 색끼남의 리드에 순순히 따라주고,
음.. 차마 표현하기 민망한 장면들을 연출해 주셨다.
이동중이면 늘 창밖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던 내 셔터에 걸린 이 한장을,
사실은 나 혼자만 보고 그때 순간을 떠올려 '이런일도 있었지' 하고 넘기려 했으나,
ㅋㅋㅋ 공개하고 마는 이런 '미덕!'
내 옆에 앉아계시던 스페인 아주머니와 우리 옆라인은 물론 제일 앞줄에 앉은 호주녀와 색끼남 옆줄 탑승객들_
내릴 때까지 눈을 못떼셨다 -.-
호주녀와 색끼남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지!? 대충 결론을 뒤에서 보여주련다.
시야가 탁 트이는 풍경들이 너무 좋다.
답답한 서울에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슬픈 현실인지,
또 한번 느끼고 만다.
제길_
잊고 싶었다. 완벽하게 서울따위 잊어 버릴테야_
했지만, 눈을 뒤집어놓는 풍경들을 볼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 비교가 되곤했다.
작은 마을들을 들러서 도착한 론다_
론다라는 마을을 알게 된 것도 행운이고,
먼길을 기꺼이 선택한 것도 잘 한 일이라고_
스스로에게 대견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더랬다.
신시가지를 걸어 쭉.. 들어간다.
구시가지 까지 들어가려면 조금 걸어야 한다.
신시가지는 참 한적하다. 그리고 아주 깨끗하다.
청명한 골목골목, 기분이 싱그럽다.
걷는 느낌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삶은 그 자체로 축제인거야_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조용하고 한적하던 골목사이로 펼쳐진 다른 세상을 만났을때_
삶은 그 자체로 축제인 거라고_ 생각했다.
밴쿠버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몰랑몰랑 삐집고 올라왔다.
아.. 머물고 싶다..
잠깐 그 축제에 나를 실어보자. 마음을 먹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지나는 이들과 '올라'를 외치고,
물건 흥정도 해보고,
함께 앉아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그들의 일상에 나를 담아본다.
그 자체로 축제인거다.
즐길줄 아는 삶은 특별하다.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진 시간,
시간만큼 공평한게 이세상 어디 있던가_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은 빌게이츠도 하루에 24시간에 단 1초도 더 얻을 수 없지 않던가.
그러니 이쯤되면 나도 부자인거지.
괜시리 으쓱해져서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래, 중요한건 어떻게 사는냐지, 얼마나 더 가졌냐는 아닌거야.
그러니 이쯤이면 나도 제법 잘사는거 아닌가_하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위로도 무엇도 아니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
얼마나 더 풍요로울 수 있지?
그래, 이만하면 나도 부자지, 그럼..
젊은 커플보다도,
농익은 커플의 모습이 더 자극적이었고,
더 질투나게 부러웠으며,
더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나이가 들어,
몸매가 더 망가지고,
피부도 쳐지고 주름이 깊게 파이는 어느날에,
내 곁에 누군가가 함께 걸어준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거라고..
주말은 사라졌다. 아주 가뿐하게_
열심히, 치열하게, 하지만 즐거웠던 지난 한주를 보내고 시작한 월요일은 월요일이라기 보다는,
음_ 캐캐묵어버린 어느 감춰진 날의 늦은 시커먼 밤처럼 무겁고 칙칙했다.
그렇게 늘어지는 월요일은 빨리도 시간을 보내고 밤이 다시 되었다. 시커멓게_
지난주 지방에 머물며, 똑 같은 여관방을 잡고 지내면서 그리워 했던건
조금더 작은 방의 창문밖의 야경과 풍경이었다.
낯선 창문을 열고 창밖을 보면, 시커먼 창밖에 점점히 박혀있는 불빛이 나를 향해 깜박여 줄것만 같은데_
현실은 참 참옥하고 적나라 하다.
작지만 갑갑하지 않았던 것은 활짝 열 수 있었던 창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추운 기운을 몸으로 고스란히 흡수해버린 내 몸은 뜨거운 열장판 위에서도 차갑다.
괜찮아, 괜찮아, 그래 괜찮아.
여자사람의 낯선 여관방 출입은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여행길에서 찾는 여관방과 크게 다를게 없는 허울좋은 호텔의 따스함, 포근함과는 너무 다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낯선땅에서 유일하게 나의 영역임을 알게 해주는 작은 방 하나_
참, 재미있는 세상인건 분명하다.
비슷한 돈을 지불하고 똑 같이 내 몸을 누이는 곳이건만,
You can have a sex without Love, but you're never holding hands without Love_
사랑없는 섹스는 가능해도 사랑없이는 손을 잡을 수 없다_
왜 이 말이 멤도는걸까. 역시 사랑이라는 것은 순수함으로 부터 출발하기 때문인가?
누구에게나 있는 감춰두고 눌러놓은 욕망은 언제든 터트릴 수도 있을게다.
사람이니까,
손을 잡는다는 것_
그것은 참 많은 의미를 지닌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누군가의 손끝이 살짝 스칠때의 그 느낌은 때론 천둥보다 강할 수 있을게다.
그러니 누군가가 설령 어설픈 스킨십을 시도할때면 두손을 철저히 사수해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넣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손을 잡는다는 것_
설레임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 긴 호흡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_
색끼남과 함께 했던 그녀의 말미는 처량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그녀는 길가에 혼자 앉아 지도를 훑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기전의 그 밝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의 어두운 얼굴이 괜시리 안스러워진다.
여행을 분명히 망쳐버렸을테니까_
여행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여정중 만나는 사람_
사람 한명 잘못 만나면 종일 기분을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알기에,
어쩐지 호주에서온 그녀의 머나먼 발걸음이 가엾다.
똑딱이 신사가 부러웠다.
내 카메라는 무거워서 저 포즈도 어렵거니와,
저 포즈로 카메라를 드리대면 내 얼굴만 대문짝 만하게 나오고 뒤에 풍경은 온데간데 사라진다.
그래서 여행중에는 똑딱이를 꼭 챙겨야 하는건데_
에잇!
누가 날더러 '사진 다 어디서 훔쳐왔어!?' 라고 물어도 난 할말이 없다.
내 모습은 없잖아!!!!
이럴때 여행 동반자는 필요하다.
1. 알음다운 풍경에 나를 도장찍고 싶을 때
2. 밥먹을 때
3. 그리고.. 음.. 음.. 걷다 걷다 문득 사람이 그리워 질 때?
4. 그리고.. 음.. 음.. 그러니까.. 음.. 음.. 갑자기 무서울 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다시, 붓을 잡을날이 올까_ 생각 했었다.
오래전 이니까. 너무 오래전이니까.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뭔가 다시금 손끝에 힘을 다시 넣어보고싶어졌다.
다시 그릴 수 있을까_?
지난 주 여파 때문일까_
왼쪽 머리, 그러니까 좀더 디테일을 살려보면 두괴골 안쪽 왼쪽 관자놀이 내부깊숙한 속으로부터 퍼져오는 미미한 두통이 생각보다 강렬하다.
미미하게 번지는 두통의 무게감이 온몸에 진이빠졌을때 5kg쯤되는 아령을 얹은 것 같은 중압감이다.
그래_
이쯤되면, 걷고 싶어진다.
이쯤되면, 지금 내 자리 쯤은 박차고 나가고 싶어진다.
현실이 얼마나 내가 바라는 삶과 떨어져 있는지, 알아?
나는 지금 새하얗고 새파란 나라를 그리고 있지만,
당장 눈높이를 2도만 위로 올려들어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창밖의 서울은 그냥 흐뿌연 하늘이지.
당장이라도 시커먼 구름이 세상을 삼켜버릴 것만 같아.
그래서, 어쩌라고_
꼭 뭐 어쩌자는건 아니야.
모니터 화면 가득 새하얀 세상이나 펼쳐놓고, 잠시 커피 한잔과 함께 멍때리기_
그거면 충분해.
어차피 지금 당장은 스페인은 커녕, 캐나다는 커녕, 제주도도 날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냥 받아드리면 되는거고, 그냥 순응하면 돼!
그리고 내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만 세팅하면 되는거라구_
미국에 있는 친구가 1월에 LA로 휴가 갈거라며 오라더군,
멕시코에 있는 친구가 곧 칸쿤에 갈거라며 칸쿤에 가자고 하더군,
가고 싶어.
가고싶어 미치겠다구!
근데 내 발목을 붙잡는건 역시 현실인거야.
이놈의 현실은 항상 나를 불완전하게 만들지.
쥐꼬리만한 직장에서 받는 월급에 연연하며,
그것이 나의 삶을 저당잡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지만,
사실은 막상 떠나고 내려놓고 보면 사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우리는 늘 잊고 살아.
알면서도 왜 내려놓고 떠나지 못하냐고?
그러게_
이쯤되면 나는 가족 핑계를 대곤하는데, 그게 참 미안해 많이.
참 궁상맞다.
하지만, 없는말도 아니기 때문에_
더 용기내지 못함은, 아직도 내 스스로가 조금은 더 깊은 인정의 단계가 필요하단거지.
그러니까, 내 스스로가 나 자신을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을 때면,
언제든 가볍게 다 내려놓고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현실이란거,
참 얋궂고 가끔은 참 재수없다고 생각도 들어.
뭐가 이따구야_ 싶을 만큼.
하지만,
알고보면 현실은 참으로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해.
현실속에 나와 공존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면 그보다 더한 감사의 조건들은 사실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투정 그만_
새하얗고 새파란 지중해로 마음을 잘 가라앉히고,
스탠리 파크를 펼쳐보이고 한바퀴 걷고나면 마음은 금새 평안해 질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사랑_
내 정체는 무어냔 말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_
그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진짜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헤깔릴 때도 문득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짓는 내 모습,
'고예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짖는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
그리고 원래 나도, 타인도 단정지을 수 없는 내 모습,
원리로만 따져도 나는 3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거다.
그러니, 조금 내가 다른 사람처럼 낯설어도 당황할 필요는 없는거다.
그래, 그런대로 받아드리면 되는거다.
남들 다 타는 봄도 안타고_
그렇다고 가을도 안타고_
이겨울에 스물스물 올라오는 요상 멜랑꼴리한 이 기운은 무엇인가_
제기랄_
욕한바탕 시원하게 하고 나면 거지같은 찌찔한 기억들은 좀 사라지려나?
사랑은 커녕 돌덩이처럼 뵈는 사람이 나한테 관심있다고 해서 관심있는 척하며 만난다. NO!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관심을 보이면 만난다. Depends on Situation!
상대방 마음이 어떻든 상관없이 만나자면 만난다. 내 입장을 밝히면 YES! 아니면 NO!
아.. 뭐가 이리 복잡해!
중요한건 데이트 하고 싶은 느낌이 팍팍 오는상대가 없다는게 문제인거지,
뭐가 그렇게 까다로워!?
까다로운게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거야..
조건을 따지고 만나온것도 아니고, 그렇잖아..
항상 앞섰던건 역시 마음이었으니까.
무모하리만치 감정에 충실했던 내 지난과거사를 돌아보면,
사실은 조금은 냉정하게 이성적일 필요는 있는거라고,
그랬던거니까.
조금은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안되겠니?
오늘 점심시간에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타임스퀘어에 들러 책을 한권 보고와야지. 비만 오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이대로 퀘퀘한 날씨인건 상관없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서점에 들러서 책을 한권 집어올거야.
그리고 바로 시작해야지. 하고 싶은 그것_
열정할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열정할 것이 없다는 것은 가끔은 불행한 일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하고싶은게 생각나고 나타났을 때 무조건 해야하는거야.
그러지 않으면 식어버려.
그러면 기회는 사라지는거지.
그러니까, 당장!
일을 해야하는데,
음.. 한시간이나 까먹었어.
뭔가 꺼내고 흘려 내 보내야 할 것들이 가슴안에 막혀 있으면,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
그래서 사장님이 내 뒤로 왔다갔다 하시는데도,
나는 너무 뻔뻔하게 자판을 두드리며 내 감정 찌꺼기들을 끄집어내_
아무말씀 안하시는 사장님께
미안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 이해해 주시길 바라는건 아니야_
답답하다_ 라고 생각이 들때면,
중얼중얼, 털어내는게 상책이지.
내 감정에 대해 적어 내려가면, 그때서야 알게 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_ 하고 말이야.
그래서 적어내려가.
이것보다 정직한 내 고백은 없을테니까.
그리울거야.
이 순간이, 어느순간에 가서 보면 이 순간이 그리울거야.
행복해져야지.
지금의 순간보다 더 행복해져야지.
새하얗고 새파란 세상속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이 희멀건 세상으로 끌고와야지.
그리고 더 행복한 세상을 찾아 갈거야.
그리고 그 세상을 이쪽 세상으로 또 훔쳐와버리고 말테야.
자유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살아낼 수 없는 세상_
자유롭게_ 힘을빼고_(오늘 이 힘을뺀다는 표현, 많이 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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