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마음,
좀처럼 타협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한 부대낌이 있는 날이면,
나는 스스로의 방에 갇혀버리는 것 같다.
어제가 그랬다.
이런 것까지 내가 서포트를 해야 하나 싶은 것들,
타인의 잘못을 내 잘못으로 떠앉고 뒷처리를 해줘야 하는 상황들..
종일 너무 지치게 만들었던 어제 하루였다.
그리고 지난 밤 나는 퇴근 후에 씻고 나서 기도하고 나서도 추스르진 못하는 마음을 슥슥 쓸어담아 밖으로 나갔다.
쓸쓸한 동네를 계속 걷고 또 걸었다.
40여분쯤 걷고 있을 때 남편이 전화가 왔다.
"그만 들어와.."
좀처럼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의 그 한통의 전화가 전해주는 깊은 마음이 있다.
남편이 씻고 나를 깨운다.
11시가 다 되어간다.
원두가 떨어졌다며 원두를 사오겠다고 남편은 나간다.
그 사이 나는 씻고 정신을 차려본다.
어제 성북동빵가게에서 사온 부들부들한 식빵에 남편이 애정하는 딸기잼을 듬뿍 발라 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한다.
남들은 이른 아침 떠날 여정이지만, 우리는 줄곧 느즈막히 출발한다. 도착해 순두부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안목해변으로 향한다.
어쩌다가 이 집을 발견하고는 강릉에 오면 항상 이 집에서 맑은 순두부를 먹는다.
기본 메뉴인데 이 기본메뉴가 너무 좋아서 우리는 고민없이 늘 이 메뉴만을 고집한다.
그리고 코다리찜을 하나 추가로 주문하고, 대신 밥은 한 공기만 달라고 한다.
우리 둘다 이 집을 애정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고추장아치이다.
오늘도 순두부를 먹고 고추 장아치를 한팩 사들고 안목해변으로 이동.
확실히 계절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닷물 색깔도 달라졌다.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끄적인다. 찌그러진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이적의 목소리가 그 와중에 좋다. 아마도 바다를 보라보며 느른한 선율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도 이만하면 훌륭하고, 남편과 나란히 맥북을 펼치고 끄적거릴 수 있다는 것이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남편은 여느 남자사람들 처럼 장비, 프로그램, 자동차 정보들을 자주 찾아본다.
나와는 많이 다르고, 도 많이 닮은 사람과 9개월째 함께 살아가면서 오늘 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남편덕분이야~ 하고 생각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박한 사치..
작은 것으로 일상에 MSG를 첨가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잠시 잠깐의 기쁨이라더라도 좋다.
인생은 리얼타임이지만,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다주는 것은 순간이니까.
찰랑찰랑.. 파도가 참 예쁘고 싱그럽다.
서방 손은 금손, 내 손은 똥손
얼마나 다행이람... ㅎ
여기서 조금 멍때리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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