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저녁,
주일은 일종의 루틴이 있다.
10시 반 정도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점을 먹고 교회가기.
나는 리허설 때문에 1시까지 가는데, 남편과 차 두대로 갈 수 없어 같이 12시 20분 경에 집에서 나와 교회로 출발한다. 그리고 남편은 천호역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하고 나는 커피 한잔을 주문해 교회로 간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저녁은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는데, 대부분 외식이다.
면..
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유독 우리 두 사람, 특히 남편은 면을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면에 대한 평가가 매우 적나라하고 까다롭다.
그런 남편이 인정하는 부탄추 츠케멘 면은 정말 살아서 춤을 추는 면이다.
오늘 내 머리속 면은 파스타, 그리고 남편의 가슴속 면은 츠케멘이었다.
예배마치고 집에 가려고 차에 오른다. 남편이 네비를 검색한다. 티맵이 익숙한 길로 안내한다.
"건대가?"
"응! 면 먹자며!"
ㅎㅎㅎ 진정 이 남자의 심장에는 츠케멘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잠시동안 노릇노릇 구워진 통마늘, 알사한 풍미가 도는 페페론치노가 듬성듬성 보이는 투명한 알리오올리오를 떠올렸었다.
연애시절, 남편과 자주 가던 부탄추라는 일본직영점이 건대에 있다.
본사에서 파견나왔던 일본인 점장이 홍대에서 부탄추 운영을 하시다가 건대로 발령을 받아 오셨다고 했다.
처음 남편과 연애할 때 건대쪽에 살고 있어서 참 자주갔던 곳 이다.
처음 부탄추에 갔을 때 일본에서 먹었던 미소라멘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남편이 최애하는 음식 탑 3를 꼽으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메뉴였기에 따라갔던 곳이었다.
처음에는 국물이 너무 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집.. 볶음밥이 예술인거다!
내 메뉴는 늘 3번 보통. 볶음밥 세트.
결혼 전에는 하도 자주가서 점장님이 늘 서비스를 주시곤 했었다. 워낙 자주 갔었으니까..
결혼하고 남양주 별내로 이사를 온 이후로 처음 방문한 부탄추는 여전히 분주했다.
3번보통 라멘에 불맛을 낸 차슈.. 그리고 고슬고슬 볶음밥과 라멘국물의 조화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하나 또 있는데 바로 교자이다.
교자가 오늘은 잘 구워져서 흡조크!!!!
여기서 주문하는 메뉴중 하나가 바로 저 우롱차이다.
라멘국물의 텁텁할 수 있는 기름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해주는 마법같은 우롱차!
시중에서 동일한 우롱차를 아직 못찾아서.. 아숩!!!!
사실 오늘 제일 놀란건 츠케멘,
츠케멘 소스가 바뀌었다. 완전 맛있다!
탱글탱글한 면과 약간 상큼한 느낌의 육수.. 이 맛을 보고 오늘 메뉴 선택 실패!선고... 3번라멘보다 오늘의 차슈는 5배 정도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탓인가????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남편도 동의한다.
음... 이 육수라면 앞으로 나도 츠케멘이다! 츠케멘이 너무 맛있어서 오늘의 나의 면을 잊었다.
토실토실한 알밤같은 통마늘이 곁들여진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면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먹는 동안 내가 왜 츠케멘을 안시켰을까!만 몇번을 반복하고 저 많은 그릇을 깨끗하게 둘이 다 비워버렸다.
흡족하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건 참 즐거운 일이다.
식성이 맞는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 날들이 참 많아졌다.
이제 우리는 결혼한지 겨우 216일째.. 앞으로 2천일 2만일 쭉쭉 이 축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보님~ 우리 다음주에는 통통한 알마늘 넣고 알리오올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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