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자, 그리고 꿈을 살아내는 아티스트 권지휘감독
소리를 보여줄게요!
오늘은 녹음 장비를 들고 산자락에 라도 올라가 있을 것 같다. 8월 막바지, 매미가 악을 쓰고 울어댄다. 박도경은 매미 소리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일단 산으로 갔겠지? 그것도 아주 깊고 싶은 산 속으로. 그리고 그 소리를 녹음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매미가 매달려 있을 나무의 결과 나무에 엉퀴성퀴 널부러진 들풀들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 들 것이다. 이리저리 나뭇가지에 긁히고 찔려 박도경의 동생 박훈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를 것이다. “아이씨! 저 개또라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또 오해영, 드라마를 보면 음향쟁이들은 지적질하고 싶어 안달이 날 수도 있고, 장면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참견질을 하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또 오해영에서 소리에 미친 박도경을 보면 오버랩되는 사람.
매년 여름이면 매미가 얼마나 민폐를 끼치고 있는지 레벨미터로 찍어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지만, 귀찮아서 차마 확인하지 않는, 그래서 매미 소리의 어마무시함을 확인해 줄 때의 그 고마움이란..
대학로의 신의 손이라는 권지휘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지인의 소개였다. 소개팅이라도 됐으면 좋았으련만 매력 터지는 사람들은 좀처럼 혼자인 경우가 드물다. 권지휘감독을 만나고 음향 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은 처음 인사를 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매미가 울음을 몇 차례 울다 그치다를 반복 한 후였다. 아마도 올 초쯤 이었을까. 대학로 작업실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작업실은 정말 일하는 작업실다웠다. 한 켠은 마치 연구실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스피커와 여러 장비들을 세팅해 놓고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결된 맥에서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것은 새로 들어가게 될 뮤지컬을 위해 준비하는 것들 이었다.
가끔씩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올라오는 사진과 토막 글을 보면, 이 사람이 뭔가를 또 연구하고 있구나.. 하고 짐작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궁금증으로 이어간다. 한번은 우연한(!?) 기회에 권지휘감독이 음향 디자인을 한 공연을 보게 되었다. 대학로였다. 유레카를 외쳤다 물론 마음 속으로.. 소극장에서 서라운드를 돌려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경우를 처음 접한 것이다. 내가 모든 공연을 다 찾아 다니며 관람하는 것이 아니니 “여기가 처음이오!” 라고 확언 할 수는 없으나, 대학로 소극장에서 입체음향을 구현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실제화 시키는 것을 개인적으로 이 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다.
소리라는 것이, 들려지면 들려지는 대로, 그러나 언제나 아쉬움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던가. 한정된 공간에 갇혀 들어야 하는 소리라는 것은 늘상 들려지는 대로 순응하며 만족하는 것이 정석인 양 그래왔다. 그런 환경에 반격을 가했다. 권지휘감독은 본인의 머리 속에 있는 소리를 보여준다. 씬이 넘어갈 때마다 배우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 공기와 냄새를, 그리고 온도와 계절을 소리로 그려낸다. 참 매력 터지는 일이다.
소리사랑이라는 닉네임을 20년 가까이 써오는 나로서 닉네임 값을 못하는 나란 사람과 달리 진짜 소리를 애정하며 그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 그 소리로 씬 하나하나를 더 맛깔 나게 하는 사람.
일상으로 돌아와 본다. 소리를 넘어, 사고의 흐름이 몹시도 섹시한 사람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정의의 기준이 다르니 단정지어 ‘이거다’ 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 체계를 기준으로 보면 참 멋있는 사람이다. 편협하지 않은 사고, 합리적인 사고, 그리고 바름의 가치에 대해 너그러운 사람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나와 살아온 세월이 엇 비슷한데 왜 이렇게 이 사람은 깊을까.. 생각이 들 때면 솔직히 질투가 날 때도 있다. 웃기겠지만, 남자사람에게도 가끔 질투한다.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깊은 진솔함이 있는 권지휘감독. 권지휘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또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관심이 저절로 간다.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할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엔지니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티스트 같은 사람. 아티스트라고 하기에는 완전을 추구하는 테크니션. 나는 그를 아트엔지니어라 부르고 싶다(권지휘감독에게 어울리는 ‘작명’을 하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는다.) 사족을 꼭 붙여야 할 것 같다. 실력도 좋은데 너무 품위 있게 생겼다. 미소도 좋으면서. 아 이 시점에서 또 질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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