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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it practice/글쓰기

책을 읽다가_

책을 지지리도 좋아하지 않던 학창 시절이었다.

소설속의 이야기는 뭐 그리 대단하지도 픽션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 삶보다도 못한 고루한 이야기라 생각했었다.

소설말고는 또 책이라는 것이 있었나? 싶을 만큼, 내 주변에는 소설, 만화, 그 뿐이었던 것 같다.

소설에 대한 그 어떠한 기대감이나, 상상력도 발휘하지 못한채 나의 앳된 십대를 보내버렸다.

결국 나는 고등학고 2학년 시절 소설이라는 것을 처음 썼었는데 무려 그 시절 판타지 소설이었다.

그 당시에는 컴퓨터 타이핑도 아니었고 원고지에 써 내려가던 시절이었기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던 두꺼운 원고지에 꾹꾹 눌러 써내려갔던 나의 첫 판타지 소설, 그리고 마지막 소설.

문학 선생님은 나의 글을 좋아하고 격려해 주셨었다. 소설도 좋았으나 판타지라는 것이 맘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판타지 소설은 문학경진대회 비스무리했던 그 포스터속의 마감 기한이 지나서도 선생님의 책상에 머물러야 했다.


학창시절 책은 나에게 그랬다.

재미가 없어 내가 쓰기를 자처 했었던.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잘 쓰는 것도 아니었는데.

나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함에 대한 분풀이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개발서라는 것을 접하면서 미친듯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관련 전문서적을 그러모았고, 여성자기개발서라는 것은 출판족족 사들여 읽어갔다.

그러다가 여행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으로 에세이와 사진에세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우연히 포토에세이 1세대 작가를 알게 되었고, 거기서 만난 사진에 미친 순수한 사람들과 틈만나면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돌아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우연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는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들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우연히 나는 작가가 되나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글에는 그리 소질이 없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렀다.

책 출판은 출판사와 작가(나)의 의도가 사뭇, 아니 전혀 달라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글도, 사진도 오래전 지난 남자친구에게 받아온 편지를 숨겨 놓듯 상자속에 깊이 담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최근에 오래전부터 알고지내온 동생이 책을 냈다.

여행하는 동안 써내려갔을 감정과 기억의 조각들이 활자로 잘 정돈되어 있다.

그 조각의 배열들이 제법 그럴사 해서 그 동생이 몹시 대단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여행지의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걸었던, 헤메이던 곳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 잠시 나는 머문다.

여행이라는거..


페이지를 넘기다 말고, 잠시 그 곳에 머문다.

몰랑거리는 그 순간의 기억들이 꼼지락거려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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