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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주저리 주저리..

 

 

# COUNTDOWN

언니가 결혼할 때랑은 너무 다른 기분이다.

동생이 결혼한다는데 내 마음이 왜이렇게 이 묘한 느낌들로 휘감이게 되는걸까..

왠지 조선시대 딸들 시집보내는 친정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그 동안 동생에게 못해준 것들이 자꾸만 더 도드라지게 떠오른다.

이제 낯선 누군가의 삶의 일부분까지 책임질 가장이 되어 남들과 같은 더 많은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그 모습들 때문일까..

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못난 누나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며칠 남지 않은 동생에게 가슴 속에 덩어리채 묵혀둔 많은 이야기들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지난 세월이 야속하다.

유별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생이 차마 기억하지 못할 순간들을 떠올리며 곱씹어보는 시간들이 요즘은 더 길어지는 것 같다.

멀어지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만 있어주면 좋겠다.

 

 

# 역마살

잘 돌아다녔다.

잘 돌아다니고 싶었다.

어딘가 집 밖을 떠나는 것이 불가능 했던 긴 세월 속에서 어쩌면 나는 감옥을 탈출하는 죄수마냥 그렇게 어디든 더 멀리, 그리고 더 멀리 떠나려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깊이 깊이 묻어 두었던 나의 지난 상처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내어

오랜 동안 눅눅한 그늘에 묵혀있던 이불 먼지 털어내듯,

쨍한 햇볕아래 내 상처들을 꺼내어 말려본다.

 

또 다시 짐을 정리한다.

돌아보면 나는 참 부자였다.

10년간 8천만원을 모았고,

그리고 이후 3년간 3천만원을 모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수중에는 통장에 백만원이 채 안되는 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그 많은 돈들이 내 손에 남겨지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지금 같은 순간에..

엄마를 모셔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꼭 닿아야 할 그 곳에 아무런 숨길 조차도 섞을 수 없는 이 순간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내것이 아니면 어떠하리..

그저 잘 살아내면 되는 것을..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것에 감사했던 지난 긴 시간들이 있어 그저 감사하다.

 

서른이 넘어..

이제 나는 또 다시 갈 곳없는 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눈치 없는 척..

언니와 형부집에서 방 한칸을 차지하고 살아갈 것이다.

괜찮다.

개인주의로 똘똘뭉친 나이니까..

 

 

정말 역마살이 껴서 늘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소리를 들어와서 그렇게 된건지..

알 수 없지만,

그래!

난 할 수만 있다면 지후 한바퀴를 다 돌고 싶은게 내 욕심이다.

그렇게 이리 저리 흘러 흘러..

그리고 또 흐르다가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이곳에 그만 나랑 머물자..

_라고 말해주면 그 때 쯤이면 나도 이런 내 삶의 고리를 한번쯤은 끊어내 주겠지..

 

 

# 웃는다는 것

슬프지 않은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없다.

힘들지 않은 사람도,

고단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다만,

아닌척,

괜찮은 척,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괜찮은 거구나.. 하고 이겨내 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의 고통이 상처가 가장 크기에..

'나'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서러워 말기..

충분히 공감해도 '나'에게 '너'는 다 닿을 수 없기에..

 

그러니 웃어야 한다.

웃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이겨낼 힘을 주는 것이다.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최면을 거는 것이며,

슬픔을 이겨내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과 같다.

 

웃는다는 것,

애석하게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번 웃다보면, 그거 생각보다 쉬워진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래서 웃는다.

 

마음속에 눅눅한 기억들을 꺼내고,

쨍한 볕에 꼼꼼이 펴서..

바삭바삭하게 말리고 나면,

다시 곱게 접어 마음에 담아두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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