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Yildiz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나의 삶이 하루하루 이렇게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은.. 진정 기적이다.
어릴 적..
그랬다. 하루하루의 삶이 동화처럼 채워지는 거라고 믿었던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
젊음을 불살라 놀지도 못하면서 뜨뜨미지근하게 그렇게 놀다가도 고통스러운 시험날짜가 닥쳐올 때마다 코피 쏟으며 벼락치기를 일삼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적.당.히. 그 자리를 지켜왔던 시절들을 지나고..
사복입고 껄렁껄렁 수업시간 공식적으로 땡땡이 치며, 그것도 교장선생님의 응원을 받으며 나갔던 그림그리기 대회는 사실 남고녀석들과의 사교의 장이었단거.. 이제서야 고백해!
김밥싸들고 잔디밭에서 스케치 쓱쓱, 물감 범벅해가며..
다행스럽게도 매 대회때마다 하나씩 건져왔던 왕거니 상장이 나의 뻔뻔한 학교생활에 대한 외도를 바람막이 해주던 그 시절..
토요일 오후..
나른한 오후의 그 햇살이 너무 강렬해.. "교실에 쳐박혀 그러고 궁살떨지마! 젊은 청춘이 아깝지도 않니?" 손짓하는 그 햇살에 나도 몰래 친구들 쪽지 날려 꼬들이고 땡땡이 쳐 간 곳은 예당 저수지..
예당 저수지에서 붕어한마리 잡아보겠다며 풀밭에 걸터앉아 낚시질하겠다며 버티고 앉았던 교복입은 여고생의 그 시절..
남들이 다 하는거 괜히 하기 싫어지고,
남들이 다 읽는 책은 괜히 지나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고,
남들이 다 보는 영화는 철지나고 봐야 괜히 할도리를 한 것 같은..
맨도칼좀 씹고 다리좀 떨었다는 친구들과 괜히 말섞고 놀며 의리 지켰다며 혼자 뿌듯해 하는..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청하며 외딴길을 가기를 기꺼이 즐기며 나의 길을 걸어가기를 주저않는 외로운 길을 걸었던 나는..
난..
어쩌면 그렇게 타고 나기를.. 모태 한량으로 태어난 것이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인생 끝자락의 낭떨어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누군가에게 내 손 꼭 붙잡고 참아내고 이를 악물고 꾸역꾸역 지상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자기가 삼류라며 비하하는 누군가의 삶에 나도 퐁당 빠져 같이 나도 삼류라며 같이 어울리며 누군가의 삶에 흠빡 빠져본다.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때 그것이 무엇이든 옳은길이라면 누가 뭐라건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손을 잡는다.
남들이 미쳤다고 할지언정 내가 좋으면 그 길에 오르기를 주저 하지 않는다.
남들이 라인이 점점 망가지고 피부가 점점 늙어간다며 '대충'하나 잡아 시집가라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듯고 콧방귀 조차 끼지 않으며 곧죽어도 나는 내 '운명'을 만나 '유치한 사랑을 불태우리라'며 솔로를 지속하는 나를 나는 사랑하고 존중한다.
오늘도 인생의 바닥에서 헤엄치는 누군가에게 읽던 책에서 밑줄 그었던 좋은 글 한자락.. 내 글도 아닌데 힘내라며 날려주며 나도 힘을 얻는다.
나..
일류가 아니어도 좋다. 일류가 궂이 되려고 애쓰고 싶지도 않다.
그냥.. 좋은 사람들과 웃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인생 한자락.. 행복할 수 있으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삼류여도 좋다.
모태 한량으로 태어난 나.. 그렇게 유유자적.. 내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그렇게 행복타령하면서 철없이 살련다.
그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그대가 좋으므로..
이 기적같은 하루하루의 삶을..
나는..
그렇게 살아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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