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대로 믿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바래보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퇴근무렵 연락을 받고 저녁시간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많은 생각들이 또 머리속을 스치고, 마음 한구석에 가라 앉았다.
녀석과 대화를 나누며 여러 사람들의 얼굴들이, 그리고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참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참 좋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축복이고 행운인 것 같다.
녀석의 마음 씀씀이가 그 걸음에 뭍어 있어서 늘 고맙다. 유독 녀석에게 칭찬이 인색한 나였던 것 같은데, 늘 그 모진 말들을 잘 달여 약으로 쓴잔을 마셔왔던 그 마음이 몹시도 고맙다. 몇개월에 한번씩 보지만 1년에 대여섯번씩 만날 때마다 조금씩 가벼워지고 깊어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게 몹시도 기쁘다. 바람이 있다면, 가지고 있는 숱한 가능성들을 그대로 품고만 있다고 잃게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철이 드는 것인지, 말 한마디에, 행동거지 하나에도 생각이 멈출 때가 있다.
문득, 왜 나는 그 누군가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걸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군가와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참 좋은 기억들이 많았던 것 같다. 참 많이 아끼고 사랑했던 그 마음들이 깊었던 것을 발견한다. 그랬다. 섭섭함의 크기는 상대방을 사랑한 만큼. 딱 그만큼 이었던 것이다. 그만 나도 그 섭섭함을 내려 놔야지.. 하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오고지순'했던 진실한 마음에 대한 의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봄이다.
마음에도 싹이 트고, 잎이 오르고, 꽃이 만발하는 봄이 오길 몹시도 기다리는 3월 끝자락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