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중에 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배를 마치고 녀석에게 전화 했더니 서울이란다.
"갑자기 서울엔.. 무슨일 있어?"
"응.. 누나.. "
말을 잘 잇지 못하던 녀석.. 그리고 터벅터벅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녀석의 너무나도 쿨한 한 마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얼마나 복잡하고 힘겨웠을까.. 얼마나 그리웠기에 녀석이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하게 했던 것일까.. _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온다.
성대와 경희대 구경을 하고 싶단다. 혼자 둘러보고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녀석은 벌써 성년이 되었다.
21살.. 처음 녀석을 만난게 내나이 스물이었는데.. 녀석은 그 나이를 한살 뛰어 넘은 스물 하나라는 나이의 성년이 되었다.
여전히 나에게는 어릴적 7살 꼬마 같은데.. 녀석은 너무나도 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절대로 겪을 수 없는 삶을 살아오면서 절대로 내가 겪어보거나 느낄 수 없는 삶을 살아내면서 나보다 훨씬 더 혹독한 삶을 살아내면서.. 그렇게 자라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미치게 아려왔다.
"학교 둘러보고 전화해.. 누나랑 저녁 먹자.."
"누나 나 좀 늦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녀석과 만나 삼겹삼을 구웠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 사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잘 살아내려 애써왔던 녀석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녀석의 말 속에 묻어난다. 그 고통을 너무나도 대견하게 잘 이겨낸 우리 진이..
10년 넘도록 녀석과 참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살았지만, 어제만큼 녀석이 대견한 적도, 나보다 더 깊은 녀석이란 생각을 했던 적도, 녀석이 너무나도 멋지고 잘 성장해 줬단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어제 만난 우리 진이는.. 참 많이 멋있게, 제대로 성장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주경야독을 하며, 그 삶의 고통과 인내가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 진이가 나는 참 자랑스럽다. 녀석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많지 않지만, 녀석들의 인생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어쩌면 행운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의 보호자랍시고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누나인데.. 나는 녀석들에게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그냥 거저 얻는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마져 든다.
아이들이 가족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
사랑한다 진아, 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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