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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강세형

강세형 작가의 전집 묶음을 발견하고 냉큼 집어왔더랬다.

사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의 책 제목에 너무 꽂혀서 기대하는 바가 컸던지라..

큰 기대 없이 읽겠노라고 집어들었다. 근데. 좋다.

역시 과한 기대는 언제나 과유불급!

어쩄든 글쟁이들은 참.. 부럽다!

 

밑줄긋기>>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언제나 청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다만 열아홉에도 스물아홉에도 서른아홉에도 마흔아홉에도

이제 내 청춘도 끝나는구나 생각하며

나의 청춘을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이 없는 자도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끝내 증명해낸 사람들.

나는 과연,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용량제한

갈수록 무언가를 기억하는 게 어려워지는 건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자유로운 걸까, 외로운 걸까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자유로운 걸까, 외로운 걸까,

 

카세트테이프

그런 그 사람이 참 좋았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귀 기울여 들어주고

흘리듯 내뱉었던 말들도 기억해 주는 그 사람이 나는 참 좋았다.

 

아무 의미 없는 내 농담에도 웃어 주고

대단치 않은 사소한 내 이야기들에도 귀 기울여 주던 그 사람을,

이제 나는 잃었지만

그 사람과의 추억마저 잃고 싶진 않았던 모양이다.

 

엄마마음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내가 원하는, 내가 꿈꾸는 것이라면

해 보고 후회를 하더라도 내가 해 봐야 하는거 아닌가.

'언제까지 상상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눈이 좀 천천히 녹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백 살까지 살아도

앞으로 눈 볼 날이 채 50번도 안 남은 건데

아까워서 어떻게 집에만 있니

 

자꾸만 미루게 되는 이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무언가를

자꾸만 미루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게 아닐까 싶다.

실망에 대한 두려움

 

습관처럼 봄을 타던 녀석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자연의 섭리처럼

힘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행복한 봄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도 찾아온다는 인생의 섭리가

새빨간 거짓말만은 아닌 것 같아서.

 

인연

너무 속 끓이지 마라.

인연이라면 그렇게 속 끓이지 않아도 잘될 것이고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속 끓여도 안 되는 법이니까.

결국 그렇게 돼버릴 것을

결국 그렇게 끝나버릴 것을

그 사람을 운명이라 착각하게 했던 '인연'이란 녀석이 미워지면서.

 

우연이라도 한 번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친근함에 대한 규율책

친금함에 대한 규율책.

선을 넘었을 때 알려 주는 가이드북 같은게 있었으면 좋겠어.

 

바람돌이 선물

언제나 그놈의 미련이 문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

 

위시리스트

꿈이 죽어 가는 첫 번째 징후는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청춘열차

불안이 손바닥 위에서 혀를 내밀고 말았다.

그래도 나의 이십 대는

그렇게 어디 한번

네 멋대로 해 볼 떄까지 해 보라며 내버려 둘 생각이다.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는 동물

한쪽이 행복할 때는 유대감이 형성될 수 없어.

인간은 결국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 가는 동물이거든

 

많이 변했네

"변했으면 하는 것들은 안 변하고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변하고, 그 반대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정작 변했으면 하는 나는

왜 이리도 변하지 않는 건지,

그 사람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시큰한 나.

변했으면 하는 것들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변해 가고

 

흘리듯 놓쳐버린 많은 것들

웃기면 그냥 웃으면 되고

슬프면 그냥 슬퍼하면 되고

좋으면 그냥 좋은 대로 즐기면 되는 건데

 

그게 어려워서

나는 참 많은 것들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흘리듯 놓쳐버린 거다.

 

그 많은 좋은 책, 좋은 영화, 좋은 음악,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시간이 흐른다는 건 인정하게 되는 것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일정한 리듬의 그 사람 목소리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

 

시간이 흐른다는 건 그런게 아닐까

인정하게 되는 것

 

나는 걱정하지 않는 법을 몰라요

 

고해

마음속에 비밀이란 것이 생기면

세상의 명도가 한 단계 맞아진다.

 

고백, 혹은 고해란 것이 때로는

내 마음의 짐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겨버리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 걸까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의 진짜 모습이 무엇이든 간에 그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상대가 알고 있는 나로 말하기

상대가 짐작하는 나로 행동하기

 

네가 사는거지?

"고마워"

이 한마디면 될 것을,

"뭘 이런 걸 다. 아, 됐어. 아. 왜 쓸데없이 이런 데 돈을 써"

나도 가끔은 그렇게 상대의 호의를 무색하게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잘 주는 일만큼, 잘 받는 일도 참 어렵단 생각이 든다.

 

흔해빠진 사랑, 흔해빠진 이별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모든 우연을 운명이라 착각하게 된다.

 

다르다, 틀리다

내 맘대로 단정하기.

어쩌면 우린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것은

일단 틀렸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도 모른 채

 

쿠키 굽는 여자

사실 그거면 되는 거 아닐까?

남들 보기엔 별로인 내 여자친구도

내 눈에만 예뻐 보이면 되는 거고

남들 보기엔 별 볼 일 없는 일이라도

내가 좋으면 되는 거고

남들 보기엔 정말 보잘 것 없는 나라 할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나라면 되는 거 아닐까?

사실 그것만도 충분히 어려우니까

내 마음에 드는 나,

그런 나로 사는 것만도 충분히 어려운 일이니까.

 

두루마리 휴지

인생은 두루마리 휴지 같은 거야.

처음엔 이걸 다 언제 쓰나 싶지만

중간을 넘어가면 언제 이렇게 줄었나 싶게 빨리 지나가지.

 

힘들고 외롭고 괴롭기만 한 순간순간인 듯싶어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훌쩍훌쩍 흘러가 버린다는 것은

결국 '좋은 것'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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