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 같다.
당장이라도.. 하나! 둘! 셋! _
그렇게 외치고 나면 우다다닥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하늘이다.
그런 하늘인채로 벌써 한 시간이 넘도록 하늘은 뿔이 나 있다.
차라리 시원하게 쏟아내고, 쨍하게 맑은 하늘이 나와주면 좋으련만.
내 맘대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세상에 무척이나 많다는 걸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한달여의 시간이 남았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땅과 몹시도 가까운 곳을 보며,
지도에서 검색을 하고 그 지역들을 보며,
여러 생각들이 들지만,
무척이나 무모한 순종으로 끄덕이고 옮기는 발걸음이다.
감사하게도 두려움이 없기에,
무조건 전진이다.
책을 보며,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탕 얻어터져가며,
그렇게 인생을 배워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왜이렇게 생각 없이 살아왔을까,
어쩌면 그토록 어수룩하게 살아왔을까,
몹시도 부끄럽다.
이제라도,
나이가 차고난 지금에 와서야 겨우 생각하고 보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다행인거라며,
그렇게 사람구실을 해 보려고 애쓴다.
인생은 결국,
내가 그리는 대로 그려지고 보여진다_는 그 사실 앞에서,
나는 내가 그려온 그림을 보고,
도화지를 바꾸기로 결단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버린다.
중학교 2학년 미술대회였다.
밑그림을 그리고 구체화 시키는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로,
혹은 의도 하지 않았던 상황앞에서,
지나가던 사람의 발에 치여 엎어진 물통 때문에 흥건해진 화선지를 보며 멍때렸던 기억.
지체없이 일어나 상황 설명을 하고 도장이 찍힌 새 하얀 종이를 받아와 새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던 그 순간
한 평가원이 지나며 던졌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지금 해서 끝낼 수 있겠어?"
그랬다.
다들 채색을 하고 있었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절반가량의 시간이었기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꽉찬 목구멍에 힘을 주고 그려내려갔던 시간.
그리고 몹시도 드라마틱하게 그 대회에서 나는 2등을 했었다.
그래서 였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속 이야기들은 다 사실일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싶어진 것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
집중력은 무섭게 더 불타 오른다.
집중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경험했던 것 같다.
운이 좋다면,
나는 내 인생의 정오에 와 있다.
운이 좋다면,
나는 내 인생의 허리 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제대로 살아내고 싶다.
욕심 덩어리, 모순 덩어리, 이기심 덩어리,
그랬던 내 모습 말고..
담백하게, 가볍게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내면 좋겠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대로 살아내면 좋겠다.
살아지는대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살아내면, 조금은 더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이 마음도 욕심일지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날 만큼,
가볍게 살아내고 싶다.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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