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건지는 그도 잘 알지 못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라고 생각이 들 무렵 이미 전화에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치 그의 전화가 올줄 알고 있었다는 듯 바로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그는 그녀와 약속을 잡았다.
'이기적인 놈..' 그는 속으로 되뇌였다.
그녀와의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그는 약속 장소에서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한다. 함께 걷고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생각을 멈춰야 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참 더디도 흘렀다. 더디가는 시간을 보며 생각한다.
'시간은 역시 참 이기적인거구나..'
약속에 동참하는 사람에겐 별 의미없을 10분..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두려움과 설레임의 10분..
약속시간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그녀를 기다리며 그는 도무지 알수 없는 그의 마음속 일렁임을 느끼며 생각했다.
처음 그녀를 만나던 그날.. 그녀는 갑작스런 그의 전화에 당황스러워 했었다. '오늘 만날까요?'라는 짧은 내 물음에 그녀는 반가운 기색 반, 그리고 당황스러움 반의 목소리였음을 그는 너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천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치 강가에 물수재비가 수면을 타고 통통 튀는 것 같은 느낌.. 이라고 그는 생각 했다.
'너무 갑작스런 약속이어서 오늘 많이 못나보일텐데..' 그녀의 낮은 목소리의 그 한마디가 그는 고맙게 느껴졌다.
지난 4개월간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어디든.. 그의 마음을 되돌 릴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살고 싶다고 살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욕심도 의지도 없이 친구의 소개로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 이다. 그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와 만나기 전 전화로 그녀와 익숙해 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번의 전화 통화.. 그랬다. 그는 신호음 저 넘어 그녀의 늘 해맑았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그날따라.. 전화를 걸자 그녀는 마치 그의 전화가 당장이라도 올 줄 알았던 것처럼 그의 전화를 받았다.
조용한 카페엣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대화가 오간다. 그는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고싶었어요..' 라는 말을 목구멍에 걸쳐 놓은채..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이여자.. 조금은 나빴으면 좋겠다..' 조금만 툴툴거려주면, 조금만 미운기색을 보여줬더라면 어쩌면 그도 조금은 뻔뻔하게 그녀를 바라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생각한다. '이여자에겐 어쩌면 별 의미없는 10분이었겠구나..'
그는 그녀를 만나는 내내 단 한번도 그녀의 눈을 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갑작스런 혼돈이 그의 온 마음과 머리를 헤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만큼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 그녀의 행동이 그에게 너무나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만큼은 그 어떤 가식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원래 대화할때 눈을 안마주쳐요? 난 눈을 보고 말하는데.."
"저는 원래 그래요.. 눈을 잘 안마주쳐요.. 말할때.."
그녀의 한마디에 그는 더 얼어 붙었다. 마치 그는 그의 마음을 그녀가 읽어 버린 것만 같아 더더욱 그녀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들켜버릴 것만 같아 그는 고개를 더 떨궜다. 그는 그때 알았다. 이여자 정말 괜찮은 여자라는 걸.. 적어도 상대방을 배려할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 사실이 안도감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버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다시한번 생각했다. '진짜 내 사람이거나.. 어쩌면 내 사람이거나..'
두번을 만났다. 그의 룰을 따지자면.. 이제 한번의 만남이 더 남아있다. 누굴 만나든 어떤 상대든 삼세번은 반드시 만나봐야 한다는 그의 지론.. 이제 한번이 더 남아있다. 그리고 그는 결정하겠지.. 더 만나거나.. 만나지 않거나..
그는 문득 두려워진다. '이런 마음으로.. 너 참 비겁하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라면 그녀도 눈치를 챌것이다. 비우지 못한 내 마음이 그대로 보여졌겠지.. 슬픔이 밀려 들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로 그녀의 안녕을 묻는다. 한결같이 해맑은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만 같다.
"만날까요?"
어렵게 꺼낸 한마디에 그녀는 침묵했다.
그의 숨이 멎을것만 같은 그 쯔음 그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내 얘기좀 들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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