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appyFactory_/Culture_

Hwantastic_이승환적인 것

먼저 새 앨범 발매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리구요. 이와 관련한 프로모션 일정 때문에 무척 바쁘실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컨디션은 어떠신지.
이승환 음. 컨디션 안 좋아요.(웃음) 사실 운동할 시간도 별로 없고 요즘에. 그래서 운동을 할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버리니까 피로가 더 쌓이는 것 같기도 해요.

운동은 원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던가요?
이승환 그렇죠. 근데 제가 하는 운동이 다 중량감 있는 운동이다 보니까 피로 회복이 잘 안 돼요.

그럼 혹시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거라도.
이승환 네. 그래요.

그러고 보니 몸이 꽤 불으신 것 같네요. 축하드립니다.(웃음) 그럼 새 앨범과 관련한 질문을 좀 드릴게요. 신보 타이틀이 본인의 이름을 포함시킨 [Hwantastic]이잖아요? 어떻게 짓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승환 네. '환상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쓴 거구요. '이승환적인 것'이라는 걸 좀 더 강조하기 위해 제 이름의 끝 자를 섞어 넣게 된 겁니다.

특별히 '환상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 계기라도 있으신가요.
이승환 특별히 없어요. 그냥 불현듯 생각난 거예요. 예전에는 타이틀 제목들이 4집이 <휴먼-The Different side> 뭐 이래서 인간, 그 이면들, 이런. 그리고 5집이 '윤회'라는 제목이었구요. 그러니까 <사이클(cycle)>. 6집은 <The War In Life>라 그래서 '삶의 고비'. 여튼 이렇게 다 '가오'잡는 제목들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이번엔 그런 부분을 좀 빼고.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도 금방 친숙해질 수 있게끔 그렇게 한거죠.

이번 앨범의 커버는 이승환씨의 옆모습 사진 한 장으로 꾸며져 있잖아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죠.
이승환 음...사실은 예전부터 제가 아트 디렉터로도 많이 참여를 했어요. 디자인 사무실도 했었고..디자이너만 사무실에 열 한명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의미는 없었고. 단지 미니멀한 자켓이었으면 좋겠다, 여태까지 제 자켓들이 사실은 뭐랄까 굉장히 요서들이 많고..번잡했다고나 할까요? 그런 자켓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좀 다르게 가보고자 그렇게 한 거죠.

앨범의 첫 곡은 그 앨범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를 신보의 첫 곡으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이죠?
이승환 예전 앨범들은 사실. 제 발라드가 속칭 '거대 발라드'라 해서 기승전결이 분명한, 뭔가 터지고 몰아치는 그런 게 있었는데. 요즘의 트렌드는 그런 것 보다는 음악에 대한 접근법이 좀 '덜' 진지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편안한' 것을 제일 먼저 놓아야겠다, 이번 앨범이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지에서 그렇게 한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현악 세션과 웅장한 코러스 라인이 많이 부각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승환 예전 앨범들에서도 그런 건 제 스타일이었구요. 이번 앨범이라고 해서 특별히 두드러졌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아요. 음...스물다섯 곡 정도를 녹음을 해서 그 중 열 세 곡을 뽑은 거였기 때문에 그...편한 곡 위주로 뽑았는데 그러다보니 스트링이 많이 들어가는 그런 스타일의 곡들이 많이 뽑히게 됐던 것 같아요. 뭔가를 전혀 의도한 바는 없어요.

'건전 화합 가요' 같은 경우 노래 제목뿐만 아니라 재즈, 힙합, 락, 스카, 등 장르적으로도 '화합'이 잘 된 모습인데요. 편곡 과정에서 어려움 같은 것은 없었나요.
이승환 그런 건 없었어요. 일단 처음부터 웃기려고 만든 노래였기 때문에.(웃음) 온갖 장르들을 믹스하면 웃기게 나올 거야라고 생각해서 만든 거였는데. 생각처럼 웃기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실패한 노래 같기도 하고. 그리고 '환상의 커플'이라는 드라마에 주제곡을 불러달라고 해서 줬다가 퇴짜 맞은 곡이기도 하구요.


아...그런 뒷얘기가 있었군요. 그럼 국악풍의 '달빛 소녀'는 어디서 영감을 받아 만드신 곡이죠?
이승환 그 곡은 '장금이의 꿈'이라고 MBC 만화의 주제곡이었어요. 그걸 넣은 거고. 그 곡 앞뒤로 위치해있는 '남편'이나 '소통의 오류' 같은 곡들이, 제가 사실-국악에 관심이 썩 많은 것은 아닌데-민속음악 풍의 느낌을 내는 것을 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 세 곡은 전부 다 국악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작품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울다'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재즈와 트립합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곡이죠.
이승환 특별한 배경 같은 것은 없어요. 저는 원래 음반 작업을 해야 된다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하는 스타일이라서. '어, 너 노래하나 만들어야지' 이런 식이 돼야 되거든요. 그래서 만들 때 사실 노래 자체는 복고스럽게 가야지 하면서 만든 거였는데 편곡 작업을 거치면서 좀 현대적인 느낌이 가미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 곡을 이번 앨범의 서브타이틀로 정해놓기도 했죠.(웃음)

이번엔 좀 조심스런 질문인데요.
이승환 (말을 끊으며) 그럼 하지마세요.

아닙니다. 해야 됩니다.(웃음) 그 동안 신보를 내시기 전에 개인적인 신변에 다사다난한 점들이 많았잖아요. 그와 관련해서 인터넷 게시판을 봤더니 '이승환씨는 좋지 않은 일이 있고 나면 항상 좋은 앨범을 낸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승환씨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한번 묻고 싶습니다.
이승환 예. 뭐. 음...공감은 할 수 없으나 이해는 갑니다.(웃음) 뭐..그런 말이 나쁘게는 들리지 않는 게. 음악 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음악에 잘 녹여내야 좋은 음악이라 생각하는데. 내가 그랬구나 하는 생각, 또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주나 하고 생각하니 좋은 것 같아요.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럼 이번 앨범에 지난 시간동안의 경험들이 담겨있다고 봐도 되는 걸까요?
이승환 음...아뇨. 그렇게 비약할 것까지야. 하하하... 그건 저는 모르죠. 저는 잘 알 수가 없어요. 전 단지 '그냥' 한 거니까.(웃음)

13번째 트랙 'No Pain No Pain' 같은 경우 김세황씨를 세션으로 기용해서 헤비한 락 넘버를 만들었는데요. 여전히 락음악에 미련이 많이 남아서 그러신 건가요? 아니면 라이브 무대를 감안해서 이런 곡을 만드신 건지. 궁금하네요.
이승환 음...락은 'Pray For Me'에도 있고 'Rewind'도 락의 범주에 포함이 되는데. 제가 현재 안 쓰고 있는 나머지 열 두 곡 중에는 이런 락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니까 녹음할 때는 많이 했는데 제가 프로듀서로서 막판에 어떤 곡을 골라야 하고, 어떤 느낌의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가가 제 몫이잖아요. '편하게 가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많이 뺐죠 락 넘버들을. 그래서 이미 락은 많이 했었고, 들어간 게 그 곡들일 뿐이고, 'No Pain No Pain'은 또 뭔가 사연이 있기 때문에 얘깃거리가 될 수 있겠다 그래서. 보디빌더를 위한 노래를 쓴 거기 때문에. 제 트레이너 하셨던, 전 세계 챔피언이셨던 김준호씨의 좌우명이에요 'No Pain No Pain'이. 그래서 그렇게.

그럼 지금 묻혀 있는 나머지 락 넘버들은 어떻게 빛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이승환 그쵸? 저도 지금으로선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8집 때 써둔 곡 중에서도 아직 빛을 못보고 있는 게 두 곡이나 있거든요? 그때 믹싱 작업까지 다해놓고 안 쓰고 빼버린 곡들이 있는데. 너무 강해서 말이죠.(웃음) 이건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은 너무 싫어하겠다 이래서 빼버렸는데. 여튼 모르겠어요 그 열 두 곡들은. 지금으로선 어떻게 될지...

신세대 팬들에게선 "린킨 파크(Linkin Park) 스타일이다", 이런 얘기들도 나오더라구요.
이승환 네 린킨 파크...처럼 하고 싶었어요. 왜나면 예전에 'Fight!!'라는 곡이 7집에 있었는데. 그때도 인제 우리가 핌프락이나 하드코어라고 얘기하는 그런 류의 음악을 시도했었는데 제가 그때 제대로 못했어요. 재미도 없고 막 노래도 안 좋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번 실패한 장르들은 꼭 다시 시도하는 걸 제가 뭐랄까..목표 같은 걸로 삼고 있는데. 요번에 그런 스타일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본 거에요.

제시카 H.O.같은 신인 가수들과도 작업을 하셨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 음반사의 마케팅과 관련된 겁니까 아니면 순수하게 이승환씨 본인의 음악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일까요.
이승환 제시카 H.O.씨 같은 경우는 제가 97년도에 녹음했던 5집 앨범 중에서. 미국에서 녹음을 했는데. '싸이 러브 차일드'라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있었어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매년 녹음하러 갈 때마다 그 사람을 찾았는데 못 찾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리나라에도 그 사람과 흡사한 목소리가 있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국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가능한가...해서 찾아봤더니 제시카 H.O.씨였던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부탁을 해서 한거고. 45rpm 같은 경우도 어차피 처음에 웃기려고 만든 노래였고. 뭔가 랩을 재미있게 할 만한 사람이 누굴까, 김진표씨한테 노래를 들려주고 자문을 구했더니 45rpm이래요. 그래서 그 분들이랑 함께 작업을 했는데. 잘 됐어요. 프로듀스를 하는 개념에서 쓴 거라고 할 수 있죠. 뭐 말씀하신 마케팅 측면에도 도움이 되면 저도 좋죠. 그런데 그 분들이 지금 대중적으로 지명도가 썩 높은 축은 아니고..다른 유명 가수들이 보여주는 피쳐링에 비하면 뭐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죠.(웃음)

'아카시아'라는 헤비메틀 밴드를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 시절엔 주로 어떤 곡들을 연주하셨죠.
이승환 요즘 분들은 잘 모르실 텐데 맨프레드 맨스 어스 밴드(Manfred Mann's Earth Band) 있었고, U.F.O., 그리고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여튼 그 당시 주위의 다른 팀들하고는 좀 달랐어요. 아카시아는 완전 헤비메탈 그룹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당시 헤비메탈 밴드에는 건반이 거의 없었는데 저희는 건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비틀즈 꺼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SS'라는 밴드를 할 때는 완전 헤비메틀이라서. 역시 많이들 아시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그밖에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그런 것들 했었죠.

진짜 프로 가수, 진짜 프로 뮤지션이 되겠다고 결심한 그 시점에 이승환씨는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고 계셨죠?
이승환 그 당시에요. 어...그 당시에는 케니 로긴스(Kenny Loggins) 꺼 많이 들었구요. 음... 시인과 촌장을 좋아했었고. 그 다음에 뭐..다 들었죠. 프로그레시브 락부터 안 듣는 락이 없었는데요. 거의 대부분이 락이었고 다 들었던 것 같은데.(웃음) 당시엔 팝 칼럼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참 많이 들었었어요 예전에.
'이번 앨범이 CD로 발매하는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다'는 이승환씨의 멘트가 언론을 통해 많이 퍼졌는데요.
이승환 네 정규 앨범으로서는 마지막 CD 맞아요.

근데 이게 이상하게 흘러서 '이승환씨가 이제 마지막이랜다, 음악을 끝내려는 모양이다'하는 식으로 짐짓 비장한 분위기가 되버렸거든요? 그래서 저희 생각으로는 이승환씨가 사실은 뭔가 진보적인 생각, 즉 디지털 음원 쪽을 염두에 두고 어떤 선도적인 의중을 보였던 것인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실제로 어떤가요.
이승환 아뇨 그렇지는 않았어요. 진보적인 생각을 하고 그랬던 건 아니고. 오히려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에서 그렇게 말씀드린 거였어요. 절망적이잖아요 사실. 지금 저희들이 많이 듣고 있는 음원으로는 CD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돼있는 가장 좋은 음질의 매체잖아요. 근데 지금 다운받아 들으시는 분들은 조악한 음질로들 들으시니까 그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죠.

아니 이게 사실은, CD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돼 있던 것은 SMCD였는데. 갑자기 왜 MP3로 떨어져버린 건지 이해가 안 갔던 거죠. 웨이브로 듣는 것도 아니고. 그럼으로써 음악 자체를 예전처럼 진지하게 접근하지도 않고, 음악인을 예전처럼 예우하지도 않고, 음악인이 다시 '딴따라'로 폄하되는 그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어요. 특히 음악 다운받아 듣는 사람들이 늘 얘기하는 '너네들이 음악을 못해서 살 CD가 없고 들을 노래가 없다, 그러니 우리는 공짜로 다운 받겠다', 혹은 '난 다운도 안 받어', 이러면서 사실은 다운받고 있고.(웃음) 이런...것들이 결국 만들어 낸 것은 우리나라에서 음악 제일 잘하는 사람들을 먼저 죽인 거예요.

그래서 '연예인'만 살아남게 되는 구조를 만들게 된 거죠. 그런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다소 극단적인 발언이었지만 '마지막 CD'라는 걸 통해서 사회적으로 뭔가 환기를 시키고 싶었어요. 이 상황에 대해서. 가요계가 죽는 것은, 뭐 산업이 어떻고 이런 건 제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음악인 자체가 죽고 음악계 자체가 죽고 앞으로 연주를 하려는 아이들은 거의 없고 컴퓨터로 샘플 갖다 붙이는 것이 음악인 줄 착각하고 있고, 이런 것들은 뭐. 축구는 '꿈나무' 그래갖고 뭐 잔디구장 깔아주자 그렇게 얘기하면서 음악은 왜 꿈나무 안키우냐...왜 연주하려고 하는 애들이 자꾸만 없어지는거냐...이런 것에 대한.

사실 연주가 기본이 되는 게 음악의 순서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다들 노래만 부르려고 하니까 '노래 기술자'들만 늘어나고. 음악의 본질이 점점 희석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자극적인 발언을 통해서, 그래서 그 이후로 기사도 많이 나오잖아요. 가요계가 도대체 어떻길래 이러냐 하는 식의 기사도 나오고. 그런 걸 노렸던 거죠 일종에. 사실은 4년 전부터 가요계가 이렇게 될 것이다는 얘길 많이 했었고. 또 어떤 책에서는 3년 내에 음악계가 고사한다고도 말했었고. 여튼 뭔가 많이 잘못되고 있는 느낌. 우리나라만의 어떤 현상인 것 같아요.

김윤아씨도 얼마 전에 그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가 제법 곤욕을 치렀잖아요.
이승환 그런 것 같아요. 지구는 그래도 돈다, 이렇게 얘기해도 그 당시에는 몰매 맞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사실은. 근데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지 않나요? 이 현실에 대해서. 현실을 보는 게 두려울 뿐이지. 똑바로 보려하지 않고 똑바로 얘기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나 이제 가요계에서 힘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얘기 안하려고 하구요. 이미 자기 앞가림은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을 때 한 명은 얘기해야 된다, 그게 아무도 없다면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거죠.

아까 '정규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다'라고 하셨는데 그럼 앞으로의 음악 활동은 어떻게 해나가시는 거죠?
이승환 정규 앨범은 2~3년에 한번씩 나오는 거기 때문에. 영화음악을 한다든지 기타 다른 방면으로 음반 기획을 한다면 해 볼 수는 있는데. 2년이나 3년 후에는 이런 패키지 매체가 다 없어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 말씀을 드린 거고. 아무쪼록, 정말 속도도 빨라졌는데. 좋은 파일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피씨 스피커로, 이어폰으로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된 스피커에서 나는 그런. 여러 가지 정말 많은 사운드를 구현해놓았는데 왜 다 깎은 채로 멜로디랑 가사만 들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돈을 그렇게 많이 써서 좋은 연주자들이 연주를 했는데. 소리를 그렇게 명령(明玲)하게 해놨는데. 안 들, 못 들으니까.

어린 팬들이 그런 장비들을 갖춰놓고 듣는다는 건 사실 좀 힘든 거 아닐까요.
이승환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마인드 자체가 '음악은 PC 스피커로 듣는 거다' 이런 것이지 않나요? 우리 때만 하더라도 돈이 많아서 그렇게 듣고 했던 기억은 없어요. 그냥 그래도 우리가 스피커를 통한 울림을 들으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음악을 통해서 감동을 얻고 그랬는데. 음악을 통해 요즘 세대들이 얻는 건 그냥 '이미지' 같은데요. 음악은 그냥 악세사리고 소모품이잖아요. 어린 분들이 이런 인터뷰 들으면 무슨 담임선생님 면담하는 줄 알겠어요.(웃음) 무슨 늙수그레가 저런 말이나 하고 앉었냐고... 머리 패션 이런 얘기 해줘야 되는데 아~~ (웃음)

이승환씨 하면 '깨끗한 목소리'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평소에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시죠.
이승환 술담배를 거의 안 해요.

'거의' 안 하신다라면...(웃음)
이승환 담배는 아예 안하고. 술은 뭐 일년에 한 세 번 정도? 그리고 요즘처럼 이렇게 인터뷰가 많이 있고 이러면 낮은 톤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죠.

목소리가 미성 쪽이시잖아요. 나이가 더 드시고 하면 목소리도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런 부분과 관련해 이승환씨 본인의 음악적인 미래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승환 어...저는 목소리...별루 안 늙을 것 같아요.(웃음) 다른 분들껜 좀 기분 나쁘고 거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50살 까지는 외모도 지금 이대로 유지될 것 같아요. 하하하. 사실 이미 너무 많은 훈련을 통해서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뭐 달라지고 이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아예.

그래도 20대 초반이랑 지금이랑 비교해보시면 또 다를 것 아닙니까.
이승환 20대 초반하고는 좀 다르지만. 그...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목소리를 좀 더 자유자재로 낼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20대 때는 노래를 부를 줄 몰라서 그렇게 불렀던 거지, 목소리는 똑같았던 것 같은데요.(웃음) 뭐 발성이나 이런 걸 잘 못해서 그렇지 제 목소리가 달라진다 혹은 달라졌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제 주위에 계신 나이 드신 분들도 관리를 잘 하시거나 훈련을 많이 하신 분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안 달라지는 것 같았어요. 체력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체력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힘들지 않느냐, 흔히 그렇게들 생각하는데. 그것도 요번에 제가 근력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별로 잘 못 느끼겠더라구요. 오히려 전 옛날에 더 비실비실해서..(웃음) 물론 공연 오래하고 뛰어다니고 노래하고 이런 건 있었지만. 여튼 뭐 똑같은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결론은 어떻게 관리하고 훈련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중견 가수로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오시면서 좋은 공연, 훌륭한 공연이란 개인적으로 어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승환 좋은 공연은 역시 음악이 기본이 돼 있는 공연이죠. 좋은 소리, 울림을 가지고 있는 공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뭐 쇼가 우선이 돼서 소리나 음악이 뒷전으로 밀리면 안 되죠. 언제나 전면에 있어야 해요. 그런 공연이 좋은 공연이죠.

이건 조금 이른 질문인데요. 차기작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있다면요. 뮤지션들은 보통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승환 없어요. 제 좌우명이 '내일은 없다'에요. 저에겐 미래가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요.(웃음) 글쎄 전 뭐가 좀 게을러서 그런지 앨범 내야 돼 이렇게 발등에 불어 떨어져야 하는 스타일이라. 지금은 그냥 홍보하고 공연 준비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차기작에 대한 생각은 일절 안 해봤어요. 외국뮤지션들 같은 경우 대부분 3~4년에 앨범을 한 장 내잖아요.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전이 돼야 되고. 그 사람들 같은 경우도 1년이나 2년을 완전 투어로 쫙 돌잖아요. 정신없을 걸요 그 사람들도.(웃음) 그러고 나서 쉬었다가 앨범 준비하는 거니까. 앨범준비도 보통 1년 정도 계속 해야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죠.

최근 음악 외적인 관심사로는 뭐가 있죠.
이승환 저는 피규어 좋아하구요. 스쿠터. 그다음에..운동. 웨이트.

이승환씨 본인 피규어도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이승환 네 이미 판매했습니다. 1000개 정도 만들어서 팔았어요.

값이 꽤 나갈 것 같군요.
이승환 네 제가 평소에 피규어 사이트에 많이 가기도 하지만. 전혀 얘기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웃음) 품질이 조악하여...


이승환씨는 TV방송 출연에 그리 적극적이지가 않잖아요. 혹시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는 건가요. 항간에서는 'TV 카메라 보면 눈이 '사파리'가 돼서 안 나온다'라는 말이 떠돌기도 하던데요.
이승환 하하. 네 사실 초반에 그런 부분이 좀 있긴 했어요. 데뷔시절에 그런 적이 있었죠. 뭐 일단은...제가 가수로서 자신의 앨범을 제작한 1호기 때문에. 방송 시스템에 적응을 못했어요. 초반에 제가 음반 내고 할 그 시기는 방송사에 좀 위압적인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어린 마음에. 완전 어렸을 때니까. 매니저도 없이 혼자 있으니까 어린 마음에. '방송국에서 난 소모품일 뿐이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해서 소모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그러다보니까 TV엘 간혹 나가면 되게 떨려요. 베스트를 못해요. 제가 가진 부분의 50% 정도 밖엘 보여드리지 못하니까. '아이~. 어~~' 이러면서 방송 나간다 그러면 3일 전부터 막 떨려요.(웃음) 그래서 아, 그런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나가지 말자, 그리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뭐하러 나가냐..이렇게 된 것이죠.

그래도 이승환씨 같은 무게감 있는 베테랑들이 한번씩 나와 주시고 하면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좋을 텐데...
이승환 근데 저 말고도 다 나가잖아요. 신승훈씨나 뭐 이승철씨...저 아니어도 많이 나가는데요 뭘.(웃음)

이승환씨는 독립된 프로가수로서 일정 이상의 성공을 거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요계는 환경이 안 좋아서 능력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말라 죽는 뮤지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이승환씨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한번 묻고 싶습니다.
이승환 네 당연히 슬프고 안타깝죠. 요즘에...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누군가 조언을 하라고 한다면, 예전이라면 굉장히 많은 말들을 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무엇을 들어라 또 어떤 걸 경험해라..그렇게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요즘에는 뭐. '집에선 뭐라 하시니?' 이런 식으로 먼저 얘길 하게 되죠.(웃음) '괜찮겠니? 니가 정말 물질적인 것을 모두 버리고 음악만을 사랑할 수 있겠니?' 이렇게 물어볼 것 같아요. 왜냐면 사람의 삶이라는 게 사회, 가족,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조화로움이 있어야 되는 것인데 음악을 하는 것이 그 조화로움을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안타깝죠.

공연이나 방송 출연과 관련한 향후 일정을 알고 싶습니다.
이승환 공연은 12월 9일부터 시작이구요. 방송...TV 같은 경우는 밴드 라이브가 아니면 안 한다고 얘길 했더니...나갈 데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러니까 연예정보 프로 빼구요. 이제 나갈 데는 다 나간 것 같아요. 이제 없을 것 같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그리고 90년대에 라디오에서 제가 좀 활동을 했으니까 지금도 꾸준하게 라디오를 위주로 활동을. 네.

네. 인터뷰 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락 이용자 여러분들께 멋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승환 예. 도시락 여러분. 음악 편식하지 마시고 두루두루 많이 들으시고, 그러세요. 네. 하하하!!!
인터뷰어 / 김병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