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발췌해 본다. 깊이 그어진 파란 넉줄... 어제 올라왔던 이석원에 대한 포스팅 여운이다. 언제나 다시 봐도 몽글몽글한 이석원의 필체가 난 참 좋다. 가끔은 내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한... 그래서 더 끌려버리는. 이런 '세엑시한 뇌' 소유자 같으니라궁!!!
<연애의 풍경>
"맞아, 그때도 그랬었어..."
우리는 서로에 대한 환희에 들떠 무슨 일이든 할 수 이었지. 같은 서울 안에 있는 곳이 아니라 대구까지 운전을 해서 너를 데리러 갔었고 동생과 함께 만난 것은 만난 게 아니라며 이미 만났던 날밤 둘이 다시 만나서는 기쁨과 사랑으로 얼굴엔 웃음이 가득한 채 마주 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었지.
'맞아, 그때 그 사람도 그랬었어....'
너는 집에 다 도착해놓고는 내가 보고 싶다며 다시 학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었지. 우리가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십분. 너는 그 십분을 위해 같은 곳을 두번이나 왕복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었어.
"귀찮지 않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아니, 전혀 조금도 귀찮지 않아."
너는 웃으며 말했지. 그리고 그 웃음을 보며 나는 전율했다. 예전 누군가에게서 보았던 바로 그 표정이었거든.
난 여자가 사랑에 완벽하게 빠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충분해서, 기쁨에 겨워 눈은 반쯤 감긴 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누군가를 한없이 바라보는 바로 그 표정.
'그래, 모든 것이 예전에 봤던 장면이야...'
나를 위해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시장에 들러 내게 필요한 것들을 대신 사다주던 것, 낙산의 붉은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굳게 다짐하던 일, 더없는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애틋함을 느끼던 이 모든 것들이 다 예전에 경험했던 일들이었어. 그리고 난 그것들의 결말도 알고 있지.
순간을 즐기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는 반드시 헤어질 테지만 내 일생의 연인은 바로 네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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