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지금은 1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상 같다. 1년은 고사하고 한두달 자리를 비우면 어느샌가 익숙하던 공간들이 다른 모습으로 반짝 인사를 하곤하는 세상이다. 그렇게 세상이 빨리 변해가면서 더럭 겁이 날 때가 있다.
나 어린시절.. 놀이라고는 동네 오빠들과 잦치기를 하거나, 깨진 사기 그릇으로 소꿉놀이 하는 것, 그리고 엄지 손가락만한 구슬치기, 그리고 집 앞마당에 심겨진 은행나무와 마당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을 치켜 세우던 길다란 장대나무에 묶어 신나게 뛰던 고무줄 놀이가 전부였던 것 같다. 초가집이나 슬레이브 지붕 위로 올라가 버린 오뚜기를 찾으러 올라가곤 했었다. 그중 단연 최고의 놀이는 역시 동네 오빠들과 했던 잦치기 였다.
늦가을 추수를 하고 나면 잘 마른 볏단으로 집곁 처마 밑은 차곡차곡 상이 쌓인다. 그곳엔 기어오르던 이쁜이가 꼭 닮은 예쁜 강아지를 낳아 포근한 아가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두기도 했었는데.. 꼭 그 때마다 볏단을 중간에서 한두개씩 빼내어 깔고 앉아 새끼 강아지를 품에 안고 쓰다듬곤 했었다. 그것도 하나의 재미였었다. 볏단을 그렇게 한두개 빼고, 또 뜨끈한 군불을 때느라 두 세단씩 빼가더너 짚 더미는 어느 순간 무너저 버리곤 했었다. 그러고 나면 볏단을 타고 지붕까지 올라가는 것 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렇게도 높던 지붕을 타고 올라가 높다란 담벼락을 타고 공중곡예를 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기집애가 선머슴아 같이 논다며 어지간히 혼도 많이 났던 모양이다. 슬레이브 지붕에 오르기 시작한 건 동네 오빠들과 잣치기를 하면서 였다. 오뚜기가 지붕으로 올라가면 그걸 찾기 위해서 지붕을 타곤 했는데 어쩜 그땐 겁도 그리 없었던 걸까..?
국민학교 시절, 학교 가는 길에 지금은 한없이 초라하지만 그때에는 마치 엄청난 밀림같이 느껴지던 그 곳에는 우리의 최고의 놀이터가 있었다. 벼락을 맞고 쓰러진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 두 그루..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학교가 끝나면 줄 곧 그곳에 들러 우리는 벼락맞고 쓰러진 나무위에 올라가 나무를 타곤 했었다. 그 느낌은.. 자이로 드롭보다 스피디했고, 아틸란티스보다 더 스릴있고 시원했으며, 롤러코스터보다 더 찌릿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요즘 아이들이 안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세상.. 놀이 공원에 가지 않아도 놀 수 있는 그런 세상.. 우리가 만들어 줘야 하는 세상은 어쩌면 거대한 디즈니 월드가 아닌 한뼘의 마음 한조각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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